벨라루스 대통령 “핵탄두 수십개 보유”…러시아 “벨라루스 공격 받으면 핵 사용”

구 소련 시절 벨라루스 핵탄두 1000개 보유
1994년 NPT 가입하며 러시아에 전량 반환
러시아, 지난해 벨라루스 관련 핵 교리 수정
루카센코 “오레시니크보다 5배 강력한 무기”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러시아-벨라루스간 외교 행사에 참석해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타스]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자국에 수십개의 핵탄두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공개하고 자국 침략 시 핵무기 대응을 경고했다.

타스 통신은 10일(현지시간) 벨라루스 현지 국영 벨타 통신을 인용해 루카센코 대통령이 보리소프 소재 방화시설 제조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는 여기 핵탄두를 배치했다. 수십개의 핵탄두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이를 농담으로 치부하며 ‘누구도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다’고 하지만 우리는 가져왔다”며 “그들이 농담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들이 놓친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그것들을 어떻게 가져왔는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구소련 국가였던 벨라루스는 1991년 소련 몰락 당시 탄도미사일 81기와 핵탄두 1000여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1994년 체결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따라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면서 1996년 이를 모두 러시아에 조건 없이 반환했다.

그때 이전한 핵무기가 벨라루스에 재반환됐다는 것이 루카셴코 대통령의 주장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했고, 벨라루스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는 재래식 무기 공격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핵 교리를 수정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큰 책임이 따른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이후 아무도 빨간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며 “하지만 나는 모든 적, ‘친구들’과 경쟁자들에게 경고한다. 국경선을 넘으면 즉시 대응할 것이다. 핵무기나 그 외의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국이 보유한 핵무기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하반기 배치를 약속한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보다 5배 더 강력한 무기라고 주장했다.

오레시니크는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영국이 자국산 장거리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타격 제한을 해제한 직후 실제 러시아 본토 공격에 나서자 러시아가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지난달 21일 우크라이나를 향해 시험 발사한 미사일이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이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재래식 탄두를 장착하더라도 핵무기와 비슷한 파괴력을 지녔다고 주장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시민사회와 인권을 위한 협의회’ 연례회의에서 오레시니크의 위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첨단 무기 체계를 충분히 보유하면 핵무기 사용이 거의 불필요해진다”며 “우리는 핵 교리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개선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핵 교리가 아니라 오레시니크 미사일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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