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분열’로 신용등급 강등된 프랑스…한국은 다르다는데, 왜? [머니뭐니]

“예산 둘러싼 프랑스 정치 분열…韓 불안과 성격 달라”
정부도 신속히 글로벌 신평사 만나 ‘골든타임’ 사수
글로벌 신평사 3사 “韓 여전히 안정적” 평가


게티이미지뱅크, 망고보드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4일(현지시각)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한 단계 낮췄다. ‘정치적 분열’이 주된 사유였다. 프랑스 의회가 여러 당으로 갈라져 예산·정책 등을 놓고 극도로 대립하고 있는 만큼, 신임 총리가 혼란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는 판단이 깔렸다. 무디스는 성명을 통해 “프랑스의 재정이 정치적 분열로 프랑스의 공공 재정이 상당히 약화하고, 당분간 대규모 적자를 줄일 수 있는 조치의 범위와 규모를 제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 불안이 한 나라의 대외 신인도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는 프랑스만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의 정치불안은 프랑스와 성격이 다르다”며 “국가 신용 등급에는 실질적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프랑스의 경우,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대치로 재정 집행 우려가 부각된 영향이 크지만 한국은 예산 혼란 없이 정치적 이슈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실제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최근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여전히 안정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탄핵정국발(發) 혼란, 경제 충격 제한적”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AA-, 안정적’으로, S&P는 ‘AA, 안정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2015년 12월 Aa3에서 Aa2로 높인 뒤 이를 10년째 유지하고 있다. 이들이 주목하는 한국의 강점은 ▷동일 피어(peer) 국가 대비 높은 경제 성장률 추세 ▷경쟁력 있는 산업 ▷정권 성향에도 흔들리지 않는 엄격한 재정정책 관련 기조 등이 꼽힌다. 북한 도발 등 지정학 리스크가 대표적인 약점으로 꼽히는데, 이를 경제와 재정 건전성으로 이겨내며 안정적인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탄핵정국발(發) 혼란이 국가 신용 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지금의 정치 혼란이 경제 펀더멘탈를 흔드는 수준으로 번지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보면 정치적인 이슈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 사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면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준 외환위기·금융위기·팬데믹인데, 이는 정치보다는 경기침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불안, 성격 달라”…글로벌 신평사도 “韓 안정적”


특히 전문가들은 한국의 정치 혼란은 프랑스 사례와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채권 연구원은 “선진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정도의 정치적 이슈는 재정·경제와 관련되거나 (집단학살 혐의를 받는) 이스라엘과 같이 국제사회의 우려가 큰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탄핵 정국 속에서도 한국은 지난 10일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여야도 내년 추경 필요성에 큰 이견이 없는 만큼, 현행 등급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정부 부처의 대응도 ‘골든타임’을 지켰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S&P·무디스·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최근 정치 상황과 정부의 대응 방향을 설명한 바 있다. 최 부총리는 과거 두차례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며 “한국의 모든 국가 시스템은 종전과 다름없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정치 상황에도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여전히 안정적”이라며 오히려 한국의 제도적 강인함과 회복력을 체감했다고 기재부가 전했다. 이와 관련, 한 기재부 고위 관료 출신 관계자는 “실제로 정부가 직접 외국인 기관들을 만나 설명하고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고 실제로도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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