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당시 ‘국회 가결~헌재 인용’ 기간 주가 상승세
“탄핵 가결로 환율 상방 압력 축소…원/달러 1400원 전후 등락 전망”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총 투표수 300표 중 가 204표, 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신동윤·유동현 기자] 지난 3일 밤 급작스럽게 발생했던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지난 14일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통해 최종 목적지를 향하는 길의 첫 관문을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6년에 이어서 또 한 번 헌정이 중단되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과 경제 전반으로 아직 번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윤 대통령의 최종적 운명을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을 통해 결정하는 경로로 이탈 없이 진입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금융투자시장을 가로막고 있던 불확실성이란 먹구름은 다소 걷힌 것이 아니냔 평가도 있다.
탄핵 가결이 비상계엄 사태 발발 후 ‘코리아 엑소더스(한국 증시 대탈출)’ 현상에 속도를 더한 ‘큰손’ 외국인 투자자의 발길을 돌려세울 수 있을지에 시장이 주목하는 가운데, 천정부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의 진정 국면 진입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다수의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국회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전날 가결한 것이 국내 증시엔 부담으로 작용했던 정치적 변동성 리스크를 일부 해소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한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코스피와 거래 중인 원/딜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2.34 포인트(0.50%) 오른 2,494.46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10.38 포인트(1.52%) 오른 693.73에 거래를 마치며 4거래일 연속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원 오른 1.432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합] |
국내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 A 씨는 “비상계엄령 사태가 발발한 이후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던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하루 사이에 코스피 지수가 가장 많이 하락했던 날이 바로 1차 탄핵소추안 표결이 투표 불성립으로 처리되지 못한 후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9일(-2.78%, -67.58포인트)”이라며 “계엄령 발동을 처음 건의하고 계획하는 데 핵심적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구속되고, 이후 계엄령과 관련한 전모가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탄핵 가능성이 높아졌던 10~13일 4거래일 연속 코스피 지수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비상계엄 사태가 국내 증시에 단기적으로 충격파를 가했지만,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과정으로써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결 분위기가 무르익을수록 증시와 투심엔 긍정적 재료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계엄 발표 직전 시점이던 지난 3일 종가 기준 2500.10이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9일 2360.58로 4거래일 만에 5.58%나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후 4거래일간 5.67% 상승한 2494.46으로 장을 마치며 사실상 비상계엄 사태 이전 수준까지 회복한 상황이다.
증권학계 B 교수는 “탄핵 가결 후 헌재 판결까지 상당한 시간에 걸쳐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지만, 당장 탄핵 부결로 인해 더 큰 혼란이 벌어지는 상황이 일단락됐다는 점이 향후 국내 증시의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짚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주가 흐름과 유사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벌어진 국정 농단 사태 때도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 약 2개월간(10월 10일~12월 9일) 코스피 지수는 1.56%(2056.82→2024.69) 하락했지만, 탄핵 통과 이후 상승세를 탄 코스피 지수는 탄핵 심판이 헌재에서 인용됐던 2017년 3월 10일엔 2097.35까지 3.59%나 올랐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보여왔던 순매도세가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패닉셀(공황매도)’은 아니었다고 공통으로 지적했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국내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발(發) ‘보편 관세’ 압박 등으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데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세가 비상계엄 사태 기간에도 이어졌다는 것이다.
A 씨는 “올해보다 내년 한국 경제가 더 악화할 것이며, 이에 따라 상장사의 이익이 많이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이어지며 외국인 투자자의 투매가 이어지고 있었다”면서 “밸류에이션상 2400포인트 대에선 ‘저평가’ 국면에 접어들었단 판단하에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았던 외국인 투자자가 ‘비상계엄’이란 예상치 못한 충격파에 일정 부분 매도 포지션을 잡은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전문가들은 탄핵안 1차 표결이 좌절된 후 첫 거래일인 지난 9일 2400피(코스피 2400대)가 무너졌을 당시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속도가 최근 들어 가장 줄었다는 점에 오히려 주목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 C 씨는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피에 대해 기록했던 3986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는 최근 한 달간 기록한 주간 순매도액 중 가장 작은 수준”이라며 “비상계엄 사태가 장기화 양상을 보이는 대신 탄핵 가결을 향한 진전된 모습을 보인 데 매도세 강도를 낮춘 것으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1430원대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 역시도 탄핵 가결을 계기로 다소 완화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지난 11월 말 1400원대 아래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13일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1433.0원까지 도달했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환차손’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투자 매력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 교수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 벽을 넘어선 것은 분명 원/달러 환율에 가해진 상승 압력을 일정 부분 없앨 것으로 보인다”면서 “1400원 안팎에서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와 거래 중인 원/딜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2.34 포인트(0.50%) 오른 2,494.46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10.38 포인트(1.52%) 오른 693.73에 거래를 마치며 4거래일 연속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원 오른 1.432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합] |
한 증권사 D 연구원은 “역사상 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넘어선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 글로벌금융위기, 2022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국면 등 세 번에 불과하다. 비상계엄 사태는 이 같은 경제적 위기에 비견될 정도의 충격”이라면서 “탄핵 가결로 분명 환율이 진정될 것이지만, 최근 이어지고 있는 강(强)달러 현상이 기저에 깔린 만큼 1400원 안팎의 고환율 시대는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에선 국정 농단 관련 첫 보도가 나온 후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기까지 약 2개월간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7166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보였다. 반면,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판결이 있었던 2017년 3월 10일까지 약 3개월간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4조7539억원 정도의 순매수세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