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300명 전원 투표 참여해
‘찬성 최소 12’…與, 책임론 격랑
野 “승리 자축하며 헤어질 것 아냐”
尹 직무정지…세번째 대통령 탄핵심판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의사진행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안대용·김해솔·양근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헌정사상 세 번째로 현직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가리기 위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열리게 됐다. 소추의결서 송달 시점부터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파면 처분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 당론에 반하는 찬성표를 포함해 이탈표 결과가 나오면서 격랑에 휩싸였다.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한동훈 대표 체제’ 붕괴 수순이 불가피해졌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14일 오후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300명 중 찬성 204명, 반대 85명, 기권 3명, 무효 8명으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지난주 첫 번째 표결에서 ‘투표 불성립’으로 절차가 종료된 후 일주일 만에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의원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 것인데, 탄핵소추안 발의에 참여한 인원을 비롯해 범야권 의원 수 192명 및 108명인 국민의힘 의원수 등을 감안하면 여당 의원 8명 이상의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탄핵소추 여부를 가리는 국회 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느 의원이 어떤 투표를 했는지는 추정만 가능하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 수가 204명이란 점에서, 정치권에선 찬성표를 던진 여당 의원을 최소 12명으로 분석한다. 나아가 국민의힘이 표결 전 의원총회에서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하기로 했는데도 반대표가 85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찬성표 외 기권 3명과 무효 8명까지 ‘23표의 이탈표’가 여권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본회의 산회 후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친윤(친윤석열)계와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가결 책임론’이 쏟아졌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막지 못한 것을 두고 한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고 한다. 한 대표가 의총에서 “이번 사태는 다 예측된 것 아니냐. 탄핵이 안 될 것이라 생각하셨나”, “제가 투표 했습니까” 등 책임론에 반박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 발언 이후 격해진 의총에선, 앞서 ‘탄핵안 통과 시 최고위원직 사퇴’ 입장을 밝혔던 장동혁 의원은 한 대표가 의원총회를 떠난 직후 사의를 표명했고, 뒤를 이어 김민전·인요한·진종오 의원이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전했다. 원회 김재원 최고위원까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의를 밝히면서 최고위원 5인이 모두 물러났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중 4인 이상 사퇴 등 궐위’를 비상대책위원회를 두는 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다만 한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직무 수행 의지를 밝혔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는 지금 이 심각한 불법 계엄 사태를 어떻게든 국민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정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주도한 민주당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라며 당 내부 분위기 단속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탄핵소추안 가결 후 탄핵 촉구 범국민국민대회장에서 “지금 이 순간 승리를 자축하며 헤어질 것이 아니라, 신속하고 엄정한 책임, 윤석열에 대한 파면 처분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가 계속 함께 싸워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또 보좌진과 당직자들에게도 문자메시지를 보내 감사를 전하면서 “이제 작은 산을 하나 넘었다”며 “내란은 아직 종식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훼손된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대한민국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적극 나서 도탄에 빠진 국민 삶을 보듬고, 위기의 국가경제를 하루빨리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탄핵소추안 표결 전부터 강조해온 ‘언행유의’ 당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14일 본회의 후 비공개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난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노 원내대변인은 “(언행유의는 원내에서) 지속적으로 당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윤 대통령은 역대 세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을 받게 됐다. 과거 2004년 노무현 대통령, 2016년~2017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각각 진행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헌재에서 기각 결정을 받고 직무에 다시 복귀했고,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