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한동훈→‘보수결집’ 권력추로 급부상
‘4선 중진 간담회’ 통해 주류 여론 확산
“친윤은 없다”…사실상 ‘집단지도체제’ 양상
국민의힘의 (왼쪽부터) 나경원, 윤상현, 김기현, 권성동 원내대표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정국을 맞은 국민의힘에서 ‘5선 중진그룹’이 새로운 권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지난 4월 총선 참패 이후 수면 아래에서 각자도생하던 이들은 7·23 전당대회로 출범한 한동훈 지도부를 견제하는 역할에 머물렀으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내대표 선거와 ‘탄핵 반대’ 당론 결정 등 주요 국면마다 당 여론을 주도하며 영향력을 확인했다. 친윤(친윤석열)계로 대표되던 권력의 중심이 ‘보수 결집’을 내세운 5선 의원들의 집단지도체제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이 주목하는 5선 중진그룹은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강원 강릉)와 권영세(서울 용산)·김기현(울산 남을)·나경원(서울 동작을)·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이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정계에 입문해 지역구를 기반으로 세를 쌓은 보수 중진들로, 이들을 하나의 계파로 묶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윤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비박계에 속했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나 의원을 제외한 인사들의 친윤 색채가 짙었다. 다만 이들은 한동훈 지도부 출범 이후 윤한 갈등의 책임을 한 대표에게 묻는 ‘반한동훈’ 목소리를 냈다. 한 대표가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뒤에는 ‘용병 불가론’을 말하며 보수 결집 및 자강론을 띄우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권영세 의원. 임세준 기자 |
이들의 영향력은 ‘4선 이상 중진간담회’를 거쳐 당 주류 여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 양상이 가장 두드러진 건 신임 원내대표 선거다. 선거를 이틀 앞둔 10일 국회에서 열린 4선 이상 중진간담회에서는 사실상 ‘권성동 추대’가 이뤄졌다. 지난 대선 윤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며 ‘원조 친윤’으로 알려진 권 의원에 대한 지지는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4선 비윤’ 김태호 의원에 대한 친한(친한동훈)계의 지원사격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12일 선거 결과 권 의원은 총 투표수 106표 중 72표를 얻으며 경선 없이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더블스코어’ 표차 배경에는 5선 중진그룹의 물밑 지원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분열하면 다 죽는다. 보수에 반드시 기회는 오고, 뭉쳐야만 잡을 수 있다”고 초·재선의원들을 설득했고, 가까운 3선 이하 의원들을 통해 ‘그물망식’ 선거운동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한 초선 의원은 “대화를 나눈 적 없는 의원에게 내 의사가 전달돼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는 사실상 표 단속 효과로 이어졌고, 14일 탄핵안 2차 표결에서도 ‘반대’ 당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로 꼽힌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당론 변경에는 ‘재적의원의 3분의 2(72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향후 탄핵 정국을 수습하고 조기대선을 맡을 차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역시 5선 중진그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대표가 사의를 표명한 16일 오전에도 4선 이상 중진간담회가 개최됐다. 당 내에선 이들의 행보를 놓고 권력 공백을 장악한 사실상 ‘집단지도체제’ 양상을 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친윤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친윤·친한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