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긴장 풀리자 연말 모임 기지개
지속된 고물가에 회복 회의적 입장도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 인근에 집회특선 메뉴 알림판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영기·안효정·김도윤 기자] “취소했던 송년회 재개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자영업 소상공인 골목경제가 너무 어렵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에서 가결되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가장 먼저 국민에게 송년회 재개를 당부했다. 계엄의 긴장이 풀리며 그간 움츠러들었던 연말 분위기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하지만 여전한 탄핵 정국과 고물가 영향으로 한숨 쉬는 자영업자도 적지 않았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부근에서 50석 규모의 일본식 선술집을 운영하는 형모(32) 씨는 오랜만에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날 윤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자 2주 만에 ‘대기 줄’이 생길 정도로 가게가 붐볐다. 형 씨는 “오랜만에 대기 줄까지 생기며 붐볐다”며 “이제 정상화된 거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형 씨는 “계엄 후부터 지난 2주간 예약취소가 이어지더니 매출이 40% 줄었다. 400만원 쓰던 재룟값도 거의 240만원 정도로 줄었다”며 “손님은 평일 반토막, 주말은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형 씨는“주로 예약금을 걸고 예약을 하고 오는데, 당일 집회로 2시간이 걸려서도 못 오는 손님들이 있었다”며 “상황이 상항인 만큼 예약금까지 다 환불해줬다”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 인근에 집회특선 메뉴 알림판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 |
또 다른 자영업자도 화색했다. 강남구에서 30~40석 규모의 일식집을 운영하는 박모(45) 씨는 “계엄 이후로 한 예약이 30% 정도 줄었는데, 연말 예약이 잡히기 시작한다”며 “연말 대목 놓칠까 불안했는데 금방 마무리가 되는 것 같다”고 안도했다.
시민들 사이 연말 분위기도 살아나고 있다. 직장인 이모(31) 씨는 “집회 첫날이었던 지난 7일 서울 성수동이 휑했다”며 “나만 나와서 노는 거 같아서 지난 14일은 약속도 안 잡고 집에 차분히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 소추안이 가결 됐으니, 미뤘던 약속을 슬슬 재개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소비 회복 동참을 위해 나서는 시민도 있었다. 직장인 구모(50) 씨는 “최상목 부총리도 ‘모임과 행사를 진행해 소상공인을 응원해달라’고 당부한 만큼 이번 주말 저녁 가족과 외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긴장감은 풀렸지만 경기침체, 고물가 등 고정 리스크 때문에 웃기는 이르다는 분위기도 컸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고깃집 운영하는 A 씨는 “국회의장이 송년회 재개를 언급해 준 건 고맙지만 그 말 하나로 취소됐던 송년회가 다시 잡히고 하는 그런 느낌은 아직 체감 못 하겠다”며 “고물가 때문인 거 같다. 외식비가 비싸니까 모임 10개 할 것도 반만 하고, 좀 더 가성비 좋은 곳 가면서 사람들이 점점 지갑을 닫는 거 같다”고 한숨 쉬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고물가와 계엄 사태로 이중고를 겪는다며 울상지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40대 이모 씨는 “최근 2주간 특히 주말 매출이 30~40% 떨어졌다”며 “동네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선 타격이 꽤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가 너무 올라서 매출은 서서히 줄고 있었다”며 “비상계엄이 불씨가 된 거 같은데 이게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겠다. 우리한테 이게 ‘한파’다”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