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 이후 상승…8월 이후 최대치도
전문가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강달러 부담”
국내 은행의 ‘신용 부도 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지난 8월 이후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다 비상계엄 사태로 일제히 상승폭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비상계엄 사태로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국내 은행의 ‘신용 부도 스와프(CDS·Credit Default Swap) 프리미엄’이 일제히 상승폭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마치 손해보험에 가입할 때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을수록 보험료가 비싸지는 것처럼,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빚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 CDS 프리미엄은 오른다.
트럼프 집권에 탄핵 정국 여파까지 덮치며 환율이 치솟자 은행권의 유동성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일시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면서 “탄핵안 가결로 정치 불확실성을 일부 덜어냈지만 강(强)달러는 여전히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은행권도 외화 유동성을 점검하는 등 대외 신인도 하락을 막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하나은행의 CDS 프리미엄(5년물 기준)은 39.90bp으로 이달에만 4.21bp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의 CDS 프리미엄은 기준 금리 인하 기조에 힘입어 지난달 25일 35.23bp까지 꾸준히 내렸지만, 계엄 사태 이후 상승 폭을 키워 현재 40bp에 육박한 수준까지 올라선 상태다. 이는 넉 달 전 미국 경기 침체 공포가 완화되기 시작한 지난 8월 16일(40.39bp) 이후로 최고치다.
CDS는 채권 발행자가 부도를 내면 투자은행·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대신 빚을 갚아주는 파생상품으로, 이때 금융회사가 받는 수수료를 ‘CDS프리미엄’이라고 부른다. 즉, CDS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해당 발행사의 부도 위험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발행사의 파산과 직결하지 않더라도 발행사의 리스크를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이에 시장에선 국내 은행권의 CDS프리미엄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상승폭이 커진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다른 주요 은행의 CDS 프리미엄도 계엄 사태 이후 줄줄이 상승했다. 국민은행의 CDS 프리미엄(38.85bp)은 9~11월 동안 33~36bp 범위에서 움직이다 계엄 사태 이후 단숨에 38bp를 넘어섰다. 우리은행도 지난 8월 이후 다시 40bp(40.41bp)를 넘어섰다. 지난달 8일(36.49bp)과 비교하면 4bp 가량 높아진 수준이다. 이달 들어 ▷신한은행(37.71bp→39.48bp) ▷기업은행(36.60bp→38.15bp) 등도 줄줄이 올랐다.
은행권 CDS 프리미엄이 상승 전환한 것은 계엄 사태 후폭풍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달러 초강세 현상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과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시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또 트럼프 집권으로 환율이 1400원대 밑으로 잡히지 않는 점도 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을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계엄 사태 초반 부각된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일부 선반영되고 환율 급등에 따른 재무 건전성 악화 전망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면서 “은행의 경우,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자본 조달 비용 부담이 늘면서 유동성도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이 지난 9일 36.69bp에서 16일 36.19bp로 하락세로 돌아선 만큼 은행권도 점차 안정된다는 게 공통된 진단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현재의 은행 CDS 프리미엄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며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역시 여전히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8월 이후로) 꾸준히 빠졌다가 최근 들어 소폭 올라왔는데, 연초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 아니다”며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화 강세에 대내외 정치 상황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향후 환율 추이도 계속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은 대외 신인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각 금융지주들은 계엄령 선포·해제가 이뤄진 지난 4일부터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그룹 내 유동성 비율,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는 등 날마다 상황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 당국도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라 은행권 자본 비율 관리가 어려워질 것을 대비해 스트레스 완충 자본 도입 유예 등 건전성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