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정부 간 협업책 모색
국내 주요 방산기업과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이날부터 18일까지 이틀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국내 주요 방산업체 대표이사·임원과 회동을 가진다. 이날에는 방산 대기업 9곳, 둘째 날인 18일에는 방산 중견·중소기업 10여곳이 참석한다.
첫째 날 회동에는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대표,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 대표이사 등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은 K-방산을 둘러싼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안을 찾고자 마련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K-방산은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와 맞물려 역대급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결과 국내 4대 방산업체(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 LIG넥스원, 현대로템)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총액은 1조원대에 달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국정 공백이 발생하면서 K-방산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방산 수출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소통이 필요해서다. 국방정책을 총괄하는 국방부 장관도 현재 공석이다.
국정 공백 여파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4일 KAI의 경남 사천 사업장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도 최근 일본만 방문하고 한국은 건너뛰었는데, 이 역시 최근 국내 정국 혼란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이날 모임에선 국내 방산 기업과 정부 간 협업책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대책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트럼프 2기가 국방 예산을 확대할 시 한국 전력 자산의 미국 진출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LIG넥스원은 유도무기 비궁을 앞세워 미국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 군함 시장에서 우리나라 조선사들의 활발한 진출이 예상된다. 패권국 지위를 놓고 경쟁 중인 중국이 선박 수주량 기준 글로벌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의 선박 건조 능력은 19위까지 떨어졌다. 미국이 군함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동맹국인 한국과의 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도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에서도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회동에선 7조8000억원 규모의 KDDX도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수주를 위해 기업 간 원팀을 이뤄야 하는 상황 속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KDDX 수주를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양사 간 경쟁이 과열되자 사업 주관 부처인 방사청은 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다. 한영대·고은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