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명태균 모두 무관’ 유승민
‘탄핵 찬반’ 엇갈린 오세훈·홍준표
‘40대 기수론’ 선점한 이준석 기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보수 잠룡들의 대권 구도를 흔들고 있다. 당장 올해 상반기 중 조기 대선 가능성이 고개든 가운데 12·3 비상계엄 및 탄핵에 대한 입장을 놓고 대권주자들 간 치열한 수싸움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 지자체장급 잠룡들의 대권 도전이 정가에 미칠 영향을 놓고도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보수 진영의 유력한 차기 주자였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 탄핵안 정국을 기점으로 당권을 내려놓으며 대권 구도에 변수를 일으켰다. 17일 여권에선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에 남아 조기대선 대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을 떠나 홀로 서기 쉽지 않은 정치신인과 초선·비례가 대부분인 친한(친한동훈)계 특성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 한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 직후 자신의 지지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저는 포기하지 않겠다”며 향후 정치 행보를 열어놨고, 같은 날 저녁 친한계 의원 10여명과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만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가 사의를 표명하는 순간까지 “(탄핵 찬성 결정을)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한 것을 놓고도 탄핵 반대를 외치며 민심에서 멀어진 ‘친윤(친윤석열)계와 차별화’를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기대선 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냐, 반대했냐’를 묻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며 “TK(대구·경북)에서는 반대파가 유리하겠지만, 대선 본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찬성파”라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과 같은 검사 출신이란 점은 한계로 꼽힌다.
일찌감치 ‘헌법에 따른 탄핵’을 강조했던 유승민 전 의원도 이번 사태로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는 평가가 짙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며 보수 진영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혔던 유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 내내 윤 대통령 및 친윤계와 대척점에 서 있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경제 전문가이자, 윤 대통령과 접점이 없는 만큼 본선 경쟁력을 가진 인사로 거론된다. 유승민계 인사들도 최근 정치권과 만남을 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권 인사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연이 아예 없고, (정치브로커 검찰 수사를 받는) 명태균 의혹과도 연관이 없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했다. ‘배신자’ 프레임에 대한 당 주류 및 강성 보수 지지층의 반감은 넘어야 할 산이다.
오세훈 시장도 탄핵을 찬성한 보수 잠룡이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에서 탄핵 당론을 놓고 찬반 논쟁이 거셌던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 만으로도,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혀 시선을 끌었다. “대통령 탄핵만은 피해야 한다”고 밝힌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의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으로, 오 시장이 차기 대선과 더불어 2026년 지방선거를 동시에 고려했다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탄핵 정국으로 수도권 보수 진영이 한층 위축된 만큼 오 시장이 일종의 ‘방어선’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탄핵 반대 입장을 고수했던 홍준표 시장은 탄핵안 통과 이후 ‘반(反)한동훈’ 목소리를 높이며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있다. 홍 시장은 앞서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들을 겨냥해 “후안무치하게 제명해 달라는 비례대표 의원들은 당론 위배 해당행위로 당원권 정지 3년 하고, 지역구 의원들 중 탄핵 찬성 전도사들은 당원권 정지 2년 정도는 해야 당의 기강이 잡히지 않겠는가”라며 공개 제재를 촉구했다. 오·홍 시장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대선 출마 시 선거 90일 전, 보궐선거의 경우 3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
국민의힘 밖에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40대 기수론’을 선점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최근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한국 헌법에 따르면 만 40대가 될 때부터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이 생기는데, 제가 만 40세가 되는 시점이 내년 3월”이라며 “그 조건만 맞는다면 저는 대통령 선거에서 역할을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