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틀 합의…23일까지 세부 협의
번번이 발목잡은 ‘단일화 방법론’ 관건
박창범(왼쪽부터) 전 대한우슈협회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등이 17일 대한체육회장 후보 단일화를 위한 긴급 회동을 하기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스포츠 대통령’을 뽑는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반(反) 이기흥’ 회동을 갖고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단일화 첫 물꼬는 텄지만, 가장 큰 산인 ‘단일화 방식’에 대해선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과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 4명은 17일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서울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단일화’라는 큰 틀에서 합의했다.
이들은 2시간여의 회의 끝에 ▷국민과 체육인들이 원하는 후보 단일화를 이뤄낸다는 것과 ▷후보 등록(24~25일) 하루 전인 23일까지 근소한 입장차를 해소한 뒤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두가지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후보들은 이기흥 현 회장의 3선 저지를 위한 단일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강신욱 후보는 “변화에 대한 체육계 열망이 큰 만큼 잘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했고 안상수 후보는 “이번처럼 체육회장 선거가 국민적인 관심이 있던 적이 없다. 국민이 원하는 올바른 후보가 되려면 우리가 마음을 모아 단일화를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후보는 “후보 등록까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체육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의견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기흥 회장의 3선 도전 철회를 주장하며 11일간 단식을 했던 박창범 후보는 “국민들의 간절한 마음에 부응하고 미래의 대한민국 체육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몇 번 더 만나기로 했고, 이날 참석하지 않은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과 오주영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등 다른 후보들과도 접촉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모든 선거가 그렇듯, 야권 단일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방법론’이다. “나를 중심으로 단일화하자”라는 속내를 갖고 있는 후보들이 쉽게 수긍하고 동의할 단일화 방식을 끌어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뉴시스] |
실제로 이기흥 회장이 재선에 성공한 지난 2021년 체육회장 선거 때도 단일화에 근접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대한농구협회장을 지낸 5선 국회의원 출신 이종걸 후보는 출마 선언 하루만에 강신욱 후보를 지지했다가 후보등록 마감 직전 지지를 철회하고 완주 의사를 밝혀 논란을 샀다. 결국 이기흥 회장이 46.35%의 득표율로 강신욱(25.68%), 이종걸(21.43%) 후보를 여유있게 제치고 연임에 성공했다.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이 회장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결과였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각 후보 진영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단일화 방식을 도출하기가 어려운 데다 몇몇 후보 캠프에서는 본인들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그들만의 계산을 갖고 있어 최종적으로 후보 단일화에 도달하긴 어려울 것이다”고 짚었다.
체육회장 후보자 등록 기간은 오는 24∼25일이다. 이기흥 회장은 후보 등록 하루 전인 23일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3선 도전의 당위성을 강력히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는 내년 1월 14일 체육회 대의원과 회원 종목단체, 17개 시도 체육회, 228개 시군구 체육회 임원과 선수, 지도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로 실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