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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주(가주) 최대 은행 웰스파고가 본사로 사용한 샌프란시스코 마켓 스트릿 소재 건물을 매각한 후 인근에 새로운 오피스를 임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온라인 뱅킹의 급격한 발달에 따라 오프라인 오피스의 효율성 문제가 계속 제기되는 상황에서 은행이 기존 업무 공간을 축소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웰스파고는 이미 지난 십수년간 다양한 은행을 인수합병하며 전국적인 운영망을 갖췄고 주요 경영진도 뉴욕 등 동부에 밀집해 있어 사실상 샌프란시스코 본사의 의미는 퇴색한지 오래다.
하지만 웰스파고의 본사건물 매각은 의미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웰스파고는 1850년대부터 샌프란시스코를 거점으로 성장한 은행이다. 그런 은행이 그 원류를 상징하는 샌프란시스코의 본사를 처분한다는 것은 다시 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즈가 최근 전했다.
그 이유는 웰스파고 이전 가주 최대 은행이던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본사 이전 때문이다.
지난 1998년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내셔널 뱅크와 합병, 그 출발지였던 가주를 떠나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롯으로 완전 이전했고 그 결과 가주는 미국 두 번째 규모의 금융기관을 타주에 빼앗겼다.
지난 2022년 샌라몬 소재 본사 건물을 매각한 후 인근 비숍 랜치로 일시 이전한 후 텍사스 휴스턴으로 헤드쿼터를 옮긴 정유 업체 쉐브론이나 북가주에서 텍사스로 떠난 테슬라(스페이스 X , 트위터 포함) 역시 이런 사례 중 하나로 들 수 있다.
대기업의 본사 이전에 따른 인력과 자본 그리고 그 연결 산업의 이동 등은 지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현재 웰스파고의 본사에는 약 2만3000명의 직원들이 근무 중이다. 만약 본사를 완전 이전할 경우 이 중 상당수는 가주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주할 수 밖에 없다.이 경우 법인세와 그 직원들의 소득세가 줄어들고 그와 연관된 부동산 임대업과 납품업체 등 외부 용역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만약 웰스파고가 가주를 떠난다면 다음 행선지로는 텍사스 댈라스 지역이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웰스파고는 가주에 4억 5500만달러 규모의 최첨단 오피스 빌딩을 소유하고 있고 법인세와 개인 소득세가 면제되는 만큼 사업 확장은 물론 고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웰스파고 은행측은 이러한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은행 측은 “본사 건물 매각 후에도 샌프란시스코에 남을 것이며 보다 현대적인 건물을 임대해 직원과 고객 모두에게 보다 나은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은행이 미 서부에서 시작했다는 상징성과 가주의 경제규모 그리고 아시아 지역 고객 유치에 유리한 점도 가주 본사 유지의 장점으로 꼽힌다.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