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R ‘공동매각’ 양보했는데 ‘몰취’만 부각
산은 태영 정상화 기여, 채권단 의견 제각각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태영건설이 연초부터 채권단의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를 받는 가운데 자구안 핵심이던 종합환경기업 에코비트 매각 작업을 마쳤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 KDB산업은행(이하 산은)과 에코비트의 실질적 소유주주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까지 거래 종결에 기여했으나 공(功)은 부각되지 않는 실정이다. 당초 설정됐던 거래 구조가 채권단에 공유되지 않던 탓에 이해관계자 모두 아쉬움만 남은 상황이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영그룹 지주회사인 TY홀딩스와 KKR은 최근 에코비트 지분 100%를 2조700억원에 매각했다. 인수자는 국내 PE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다. 연초 에코비트 매각 작업이 개시된 이후 속전속결로 거래가 마무리되는 동시에 역대 최대 규모 폐기물 M&A라는 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베일에 싸여 있던 거래 구조가 공개된 이후 이해관계자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TY홀딩스와 KKR은 에코비트 지분을 동등 비율로 소유해 왔다. 다만 에코비트 매각으로 TY홀딩스에 정산된 현금은 중간배당액 1059억원이 전부다.
태영건설이 작년 말 워크아웃을 신청한 시점부터 사실상 TY홀딩스는 에코비트에 대한 소유권이 상실된 상태였다. TY홀딩스는 작년 초 관계사 태영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KKR 대상 4000억원 사모채를 발행했다. 해당 차입금의 실질적인 차주는 태영건설이었던 만큼 유동성이 막힌 시점부터 이미 디폴트가 났다. 사모채 발행 당시 TY홀딩스는 KKR에 에코비트 지분 50%를 담보로 제공했다. 따라서 차입금에 대한 기한이익이 상실된 순간부터 에코비트 전체 지분은 KKR 몫이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소식이 전해진 이후 KKR은 담보권을 실행해 TY홀딩스와의 에코비트 합작 관계를 정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시장 예상을 깨고 KKR은 태영 측과 함께 에코비트 ‘공동 매각’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에코비트 매각 대금을 배분하는 방식에 일종의 합의를 거친 것으로 관측된다.
KKR이 에코비트 공동 매각에 동의한 조건이 최소 ‘2조원’ 회수였을 전망이다. KKR이 에코비트 지분 취득과 에코비트에 합병한 기존 환경 기업 포트폴리오 인수에 투입한 원금 1조3150억원과 상환 받아야 할 대여금과 이자 4260억원을 단순 합산해도 1조7410억원이다.
2조원을 감안하면 KKR 입장에서도 최소한의 투자 수익률만 챙긴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와 폐기물 사업 다운사이클이 맞물린 시기에 에코비트 매각을 서두르고 태영의 정상화를 위해 수익률을 일부 포기했으나 이 같은 면은 상대적으로 조명되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KKR과 에코비트 매수자인 IMM컨소시엄 모두 중간 배당으로 태영 측에 1059억원을 지급하는 것도 동의했다.
다만 KKR과 태영 측 계약 내용이 채권단에 공개되지 않은 채 에코비트 매각이 진행되면서 이해관계자들의 불만은 확인된다. 태영 측 알짜자산으로 기대됐던 에코비트가 사실상 1000억원 남짓한 현금 유입에 그치면서 채권단의 회수 기대감도 일부 꺾였다.
태영 입장에서도 아쉬운 상황이다. 에코비트가 최소 2조원 중반에 매각돼 유동성 확보를 기대했으나 당초 매각 눈높이 하한선에서 팔리면서 채무를 갚은 것에 의의를 두는 정도다.
산은도 채권단 사이 불만이 아쉽긴 마찬가지다. 작년 말 워크아웃의 법적 근거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부활하면서 태영건설은 ‘1호’ 대상 기업으로 지정됐다. 산은은 태영 정상화를 위해 에코비트 매각 과정에서 매도자 인수금융(스테이플 파이낸싱) 주선을 제시하는 등 거래 흥행에 만전을 기했으나 노력은 부각되지 않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에코비트는 작년 말부터 이미 KKR의 회사였지만 KKR은 한국시장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공동매각에 동의해준 것”이라며 “KKR과 태영 측의 상세한 계약 내용을 채권단에 공개할 의무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