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박근혜도 안갔는데…尹 탄핵심판정 1호 대통령

尹 변호인단 구성 석동현 변호사
“분명한 입장 가지고 주장할 것”
비상계엄 정당성·내란죄 불성립 다툴 듯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측이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에 직접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면서 사상 최초로 헌법재판소 법정에 등장하는 현직 대통령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을 자문하는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1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대통령께서 나올 것”이라며 “본인이 변호인들보다 더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주장·진술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또 “원론적으로 법정에서 소신껏 입장을 표명해야 하고 당연히 (공개 변론이) 열리게 되면 그럴 것”이라고 했다.

헌재의 탄핵 심판은 위헌법률 심판, 헌법소원 심판과 달리 구두변론이 원칙이다. 법정에서 증거조사와 증인신문을 통해 당사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실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등 윤 정부 들어 탄핵 심판을 받은 정부 관계자들 다수가 직접 출석해 입장을 밝혔다. 다만 당사자 출석이 의무는 아니다. 당사자가 방어권을 포기한다면 불출석 상태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은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2차례 불출석할 경우 출석 없이 심리할 수 있다는 내용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은 직접 출석하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7회, 박근혜 전 대통령의 17회 변론기일 모두 당사자들은 불출석했다.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법정에 서는 것이 불명예일 뿐만 아니라 재판관의 심문이나 소추위원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법적·정치적 공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과 내란죄 혐의 모두를 강하게 부정하고 있어 출석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석 변호사는 “대통령이 야당에 발목 잡혀 있었다. 국헌문란이라고 할 수 있는 예산 감축, 탄핵 남발 등 법치가 훼손된 부분에 대해 법적인 시비를 가릴 기회가 탐 핵 심판”이라고 했다. 탄핵 심판을 야당 주도 국회의 실상을 알리고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설득하는 자리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석 변호사는 특히 내란죄 성립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시사했다. 석 변호사는 “우리는 내란이 전혀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내란죄 성립 개념은 사실적 개념이다. 소란 정도면 모를까 간명하게 내란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내란죄는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켜야 하는데, 12·3 비상계엄 당시 상황은 폭동에 준하는 수준이라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법정 출석은 물론 ‘셀프 변론’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사건 당사자가 변호사의 자격이 있을 때는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심판을 받을 수 있다. 셀프 변론, 나홀로 변론 모두 원론적으로는 가능한 셈이다.

전학선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당사자가 심판에 출석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특히 내란죄 성립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본인이 법조인인 데다 형사 소송을 담당하는 검사였기 때문에 직접 나와 적극적으로 변론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헌재는 오는 27일 1차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회와 윤 대통령측을 모두 불러 향후 재판 일정과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준비기일을 담당할 수명재판관으로는 정형식·이미선 재판관이 지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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