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 대응 조치
한화, 미 관료 출신 인재 2명 영입
SK, 북미 대관총괄 미국통 내세워
현대차, 미 외교관료 출신 성 김 승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약 한 달 뒤 출범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들이 미국 관료 출신 인재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신정부 출범 이후 대대적인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더욱이 비상계엄에 따른 대통령 탄핵으로 정부의 통상외교 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미국통 인재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들은 최근 미국 정부 부처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그룹은 한화이다.
한화는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 사업 총괄 대표이사로 마이클 쿨터 전(前) 레오나르도 DRS 글로벌 법인 사장을 선임했다. 쿨터 내정자는 그룹의 글로벌 방산 사업도 총괄하게 된다. 그는 기업에 합류하기 전까지 미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부차관보, 국방부 차관보 대행 등을 수행한 바 있다.
10월에는 한인 2세인 제이슨 박 전 미 버지니아주 보훈부 부장관을 대외협력 시니어 디렉터로 채용했다. 미 국방부 및 의회 등을 대상으로 소통하는 대외협력 분야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SK는 이달 초 정기 임원 인사에서 북미 대외업무 컨트롤타워인 SK아메리카스의 대관 총괄에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선임했다. 폴 딜레이니 부사장은 미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미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역임했다. SK아메리카스에는 7월 합류했다.
현대차는 미 외교 관료 출신인 성 김 고문을 전력기획담당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폭넓은 정관계 인맥을 보유하고 있는 성 김 신임 사장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지정학적 이슈에 대응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미국통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2022년을 기점으로 미시간법인을 통해 미 워싱턴DC 대관 담당자를 현지에서 채용하고 있다. 현지 사정에 능통한 전문 인력을 발탁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미국통 인재 영입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달라질 정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 시절 보호 무역을 언급하면서 바이든 정부 정책과 180도 달라진 경제정책을 시행했다고 공헌한 바 있다.
트렴프 1기 행정부에서 통상정책 핵심 참모였던 스티븐 본 전 미 USTR 대표대행은 최근 대한상의 주최 세미나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때보다 미국과 무역하는 국가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전기차 미국 현지 생산 시 혜택을 주는 IRA에 조정이 생기고,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들의 미국 수출 시에는 막대한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화석연료 사용 확대를 지지하는 등 에너지 산업 기조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방산 산업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정부보다 국방 예산을 확대 집행할 경우 우리나라 방산 기업들의 미국 진출 가능성은 커질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급격히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지 사정에 능통한 인재가 필요하다고 기업들은 판단했다.
국정 공백이 발생한 상황 속에서 미국 관료 출신 인재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재계는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새 정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원팀을 이뤄야 한다. 하지만 계엄 여파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 통과되면서 우리나라 외교는 진공 상태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1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진행한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별도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외교력이 정상 수준을 발휘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한다면 기업들의 경쟁력은 뒤처질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외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은 글로벌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영대·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