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 커뮤니티 시설 이용으로 주민 항의 빗발쳐
일부 단지는 사생활 보호 위해 펜스 설치 검토도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 아파트 커뮤니티 출입구에 설치된 안면인식 시스템. [입주민 제공] |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입주민이 카드를 찍으면 뒤에 외부인이 붙어서 커뮤니티 시설에 입장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 가구 수가 많은 대단지다보니 외부인이 입주민 카드를 남용해 커뮤니티 시설을 사용하는 일이 빈번한데, 커뮤니티 시설에선 주민만 만나고 싶다”(강남구 개포동 아파트 주민 A씨)
서울 신축 아파트 단지들이 외부인의 커뮤니티 이용·흡연·음주·반려동물 동반 출입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입주민들은 커뮤니티 시설에 안면 인식 기술이 적용된 입출입 시스템을 도입하는가 하면, 아예 단지 내 보행로 주변에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울타리를 세우는 곳도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는 이달 초 임시회의에서 안면인식 출입관리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는 안견을 의결했다. 지난 10월 선출된 입대의 회장은 공지를 통해 “입주자들이 요구하는 안면인식 시스템을 도입해 쾌적한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단지에선 수개월 전부터 커뮤니티 시설에 안면인식 시스템을 설치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작년 말 입주한 6702가구 대단지이다 보니 커뮤니티 시설이 혼잡한 상황에서 외부인까지 출입해 입주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가구당 커뮤니티 이용 횟수를 월 52회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시설을 유지하고 있지만 카드키 출입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외부인 통제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입주한 주민 B씨도 “사우나·헬스장·수영장·도서관 등 아파트 단지 커뮤니티 시설 모두 사용인원 포화로 이용이 어렵다”며 “외부인이 입주민 카드를 빌려 수시로 커뮤니티를 사용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화난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인 출입으로 인한 커뮤니티 유지·보수비용보다 안면인식 설치비용이 더 저렴할 것”이라며 “초기에 외부인 출입을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입주민 C씨도 “입주민 전용 사우나인데, 할아버지부터 손주까지 가족 3대가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서 “외부인까지 출입해 커뮤니티 시설이 혼잡하다보니 주민들끼리 자리싸움도 벌어진다” 고 토로했다.
앞서 길 건너에 위치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입주 후 2년 만에 안면인식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외부인의 커뮤니티 시설 이용으로 주민들 불만이 커지자 입대의는 2021년 7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커뮤니티 입구에 안면인식 방식 스피드게이트를 설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입주민 D씨는 “초기엔 안면인식 시스템 도입 비용을 놓고 시끄러웠지만, 오히려 설치 후 커뮤니티 시설이 한가해져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외부인의 출입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단지도 있다. 작년 말 입주한 서울 서초구 반포 대장주 ‘래미안 원베일리’는 보안 문제·시설 훼손·사생활 보호를 명분으로 단지 내 담장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입대의가 입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펜스 설치 찬반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입주민의 73%가 찬성, 27%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