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커피값 1년새 2배 뛰어 가격 줄인상 우려
朴탄핵정국때도 라면·과자·식용유 가격 올라 논란
신선식품도 꿈틀…제철과일에 배추·당근·무 ‘금값’
서울의 한 대형마트 채소 진열대. [연합] |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비상계엄, 탄핵 등으로 혼란한 정국을 틈타 소비재 가격 인상 우려가 번지고 있다. 이미 일부 식품업체들은 원부자재 가격 인상과 환율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 조정에 나섰다. 여름철 폭염의 영향으로 신선식품 가격마저 뛰고 있어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동아오츠카는 내년 1월부터 포카리스웨트, 나랑드사이다, 오란씨, 데미소다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00원 인상할 예정이다. 올해 가격 인상을 검토했으나 소비자 부담 최소화 차원에서 최대한 인상 시기를 뒤로 늦췄다는 입장이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 및 물류비용 증가 등 외부 요인이 지속됨에 따라 내년에는 부득이하게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유업도 이달 프렌치카페 등 스틱커피 출고가를 9.5% 상향 조정했다. 커피 원두를 비롯한 야자경화유, 설탕 등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고환율 영향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로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오리온은 이달 초코송이, 오징어땅콩 등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다. 해태제과도 홈런볼, 포키 등 10개 제품 가격을 평균 8.6% 올렸다. 샘표식품은 양조간장(500g) 가격을 11.3% 인상했다. 동서식품은 지난달 15일부로 맥심, 카누 등 커피류 제품 출고가를 평균 8.9% 상향 조정했다.
원부자재 물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향후 다른 식품업체도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NYBOT)에서 거래된 코코아 선물 평균 가격은 톤당 1만372.42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41.4% 급등했다. 같은 기간 로부스터 커피는 톤당 5038.25달러로 77.8% 뛰었다.
탄핵 정국 속에서 정부 눈치를 덜 볼 수 있다는 점도 가격 인상을 우려하게 하는 요인이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먹거리 가격이 올라 소비자의 부담이 커졌다. 당시 라면, 맥주, 과자, 식용유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고, 설상가상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겹쳐 계란값까지 고공행진했다. BBQ는 치킨 가격을 9~10% 올리려다 정부의 압박에 인상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8년 전 탄핵 정국과 설 특수를 틈타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가 평상시보다 2배 넘게 치솟았다”며 “가격 담합, 사재기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범석(오른쪽 세 번째) 기획재정부 1차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신선식품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자료를 살펴보면 감귤(노지) 평균 소매가격은 10개당 4265원으로, 1년 전보다 18% 상승했다. 2019년부터 작년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값인 평년 가격(2907원)과 비교하면 47% 비싼 가격이다.
딸기는 100g에 2532원으로 1년 전보다 14% 비싸고, 평년보다 24%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감귤과 딸기는 올해 유난히 길었던 폭염의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해 다소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추는 1포기에 4491원으로 전년 대비 55% 급등했다. 평년 대비 38% 높은 가격이다. 겨울이 제철인 당근도 1㎏당 6377원으로 1년 전보다 77%, 평년 대비 61% 뛰었다. 마찬가지로 겨울 대표 채소인 무도 개당 가격이 3041원으로 1년 전보다 2배 가까이(90%) 비싸진 상태다.
소비자들도 물가 상승 부담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구의 식품 구매자는 올해 장바구니 물가가 지난해와 비교해 평균 19.6% 상승했다고 인식했다. 이는 지난해 체감 상승률 14.1%보다 높은 수준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상승이 지속되면서 가격 인상의 필요성이 계속됐지만 소비자 부담 때문에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며 “눈치를 보다가 내년에 가격을 올리는 곳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