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진 ‘눈사람들, 눈사람들’ 대상…우수상 1편·가작 3편
경계에 선 작품 많아…“문학·문학상에 대한 문제 제기”
열림원은 19일 서울 문화공간 길담에서 ‘제1회 림 문학상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열림원]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누구든 문학을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문학이 될 수 있다.”
열림원에서 2024년 제1회 ‘림 문학상’을 시작했다. 제도 문학이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림 문학상은 경계 없음, 다양성, 펼쳐짐을 지향한다.
응모 자격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은 림 문학상 공모에는 447명이 각 2편씩 894편의 작품을 제출했다. 연령과 등단 여부, 장르와 형식에 관계없이 블라인드 심사가 진행됐고, 김병운 소설가, 안윤 소설가, 심완선 과학소설(SF) 평론가, 소영현 문학평론가가 심사를 맡았다.
대상 수상작은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선정된 성수진의 ‘눈사람들, 눈사람들’이다. ‘눈사람들, 눈사람들’은 한국소설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서울이 아닌 대전을 배경으로, 먹고살기 위해 낯선 곳에 도착하고 또 낯선 곳으로 떠나야 하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소영현 평론가는 심사 총평에서 “개성적인 작품 세계를 확보하고 있으며 신뢰할 만한 쓰기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고, 김병운 소설가는 “일상적 공간에서 소설적 공간을 포착해 내는 섬세한 시선과 천천히 걸어가듯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고유한 리듬, 인물의 정서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이미지와 문장 모두가 탁월하다”고 평했다. 심완선 SF 평론가는 “백로의 이미지를 활용해 정석적으로 완성된 소설, 문장과 구성이 안정적”이라고 했고, 안윤 소설가는 “상실의 불가피함과 삶을 향한 긍정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한 수작”으로 봤다.
우수상은 이돌별의 ‘포도알만큼의 거짓’에 돌아갔다. 이 작품은 동시대 교육 현장을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그려내며 여러 화두를 던져 독자를 흡입하는 힘이 느껴진다는 호평을 받았다.
고하나의 ‘우주 순례’, 이서현의 ‘얼얼한 밤’, 장진영의 ‘날아갈 수 있습니다’는 개성적인 이야기로 가작으로 선정됐다.
소 평론가는 19일 서울 문화공간 길담에서 열린 ‘제1회 림 문학상 기자간담회’에서 “기존의 문학상은 수상자를 1명만 뽑는 경우가 많았다. 문학상의 취지를 생각하면 좀 더 많은 작가들에게 지면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림 문학상은 수상작 하나만 선정하고 나머지는 배제하는 문학상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 차원에서 수상작 외에 우수상과 가작을 뽑았다”고 밝혔다.
‘2024 제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이 이야기들을 한 권에 묶어 선보인다.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는, 다양한 독법을 요하는 개성적인 작품들이다.
응모작 중에는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에 서 있는 작품들이 많이 접수됐다고 심사위원들은 전했다. 범죄·스릴러 작품이나 웹소설 같은 형태가 다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안 소설가는 “다만 소설에 담겨야 할 것이 무엇인가. 도대체 소설을 왜 읽고, 왜 쓰는가라는 질문에 충실하게 대답해 주는 소설을 고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소 평론가는 “다른 상의 심사 작품에 비해서 경계에 서 있는 작품이 더 많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고민 때문에 그런 경향이 생겼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작품의 경우 심사위원들의 문학적 견해에 따라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심 평론가는 “경계 영역의 작품이 꽤 있었다. 전반적으로는 문학의 전통적 기준이 있긴 한데 지금 그것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가작을 뽑을 때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많이 갈렸다. 리얼리즘 입장과 장르 입장의 차이가 있었다”고 했다.
1회 림 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작가들은 기쁨의 소감을 전했다.
성수진 작가는 “습작기가 길어서 굉장히 기뻤다”며 “앞으로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끼면서 열심히 써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돌별 작가는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고, 어디에 발표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신기하고 뿌듯하다. 앞으로 글을 써 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하나 작가는 “이번 수상으로 내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써 나가리라는 용기와 원동력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서현 작가는 “경계선에 있다는 말을 들으면 어느 쪽을 선택해야 되나 고민되는데 이번 수상으로 그냥 쭉 하면 되는구나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열림원은 이날부터 오는 22일까지 상촌재에서 림 문학상 수상작과 동시대 회화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특별 전시 ‘림, 여기 뚫고 나오는 이야기의 숲’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