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북한 기습 도발 시 생방송 제작안’ 작성
원장 10월 10일 “전시 상황 출연자 풀 확보하라”
북한이 지난 10월 11일 “한국이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켰다”고 발표하며 공개한 무인기. [연합]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정책방송(KTV)이 지난 10월부터 전시(戰時) 생방송 매뉴얼을 준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 시점이 북한이 평양 무인기 침투를 주장하기 이전이어서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연관된 것이 아닌 지 수사를 확대해야한다는 게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19일 보도자료를 내 “KTV가 이은우 원장 지시로 지난 10월 16일 ‘북한 기습 도발 시 생방송 제작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뒷줄 가운데)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이 의원은 “이 원장은 10월 10일 정례 제작 회의에서 지난 7월 지시한 북한 도발 대응 매뉴얼을 보완했는지를 확인하고, 전시 상황 출연자 풀을 확보하라는 구두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KTV 방송보도부는 같은 달 16일 북한 기습 도발 시 생방송 제작안을 만들어 보고했다”며 “북한 도발 시 정부 대응 방안과 국민 대피 요령 등을 신속 보도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특히 이 원장이 북한 도발 대응 매뉴얼 보완을 확인한 날짜(10월 10일)는 북한이 무인기 침투 주장을 공식 발표하기 하루 전날”이라고 지적했다.
제작안을 보면 KTV는 북한 기습 도발시 일과시간(오전 9시~밤 8시30분), 야간(밤 8시30분~다음날 오전 9시), 휴일로 나눠 특보를 송출하고 대통령실,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등 출입기자를 주야 2교대로 24시간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보에 출연할 북한 도발 관련 전문가 8명도 섭외했다.
KTV는 이 의원실에 “지난 7월 이 원장 지시로 준전시 상황, 전시 상황을 포함한 ‘KTV 재난대응시스템 매뉴얼’을 만들었고 원장이 전시 상황에 대한 매뉴얼을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며 “10월 들어 남북관계가 심하게 경색되자 이 원장이 매뉴얼 보완 여부를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재난 방송 주관 방송사도 아닌 정부 정책·사업을 지원하는 방송사인 KTV가 7월부터 전시 상황을 염두에 둔 생방송 매뉴얼을 만든 것도 이상하고, 무인기 사건이 알려지기 전 기습 도발 생방송 제작안을 만든 것도 수상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KTV가 사전에 평양 무인기 침투로 인한 국지전 발발 가능성이나, 계엄 준비 상황을 전달받은 게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KTV가 비상계엄 선포 생중계도 했던 만큼 계엄 관여 여부를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북한 외무성은 10월 11일에 “한국이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켰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북한은 해당 무인기의 출발 지점이 인천 백령도라고 특정했다. 당시 우리 군은 “대응 가치가 없다”며 북한의 자작극으로 취급했지만 비상계엄 이후 실제 우리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키고 오물 풍선을 원점 타격해 국지전을 유발하고 이를 빌미로 계엄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야권에서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