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요금 인상에 생산자물가도 4개월 만에 올라
산업용전력 가격 상승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11월 생산자물가가 상승 전환했다. 생산물가와 수입물가를 합쳐 산출하는 국내공급물가도 고환율로 인해 7개월만에 가장 크게 뛰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주택가에 설치된 전력량계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지난달 국내 공급물가가 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계엄 여파 전임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결과다. 1450원선의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이달에 공급물가가 더욱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생산자물가지수(잠정) 통계에 따르면 수입품까지 포함해 가격 변동을 측정한 11월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6% 상승했다. 지난 4월(1.0%) 상승 이후 가장 큰 폭이다. 공급물가지수 상승은 고환율이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환율이 뛰면서 수입품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공급물가는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를 결합해서 산출하는데, 원/달러 환율 상승 등 영향으로 수입물가가 뛰면서 생산자물가보다 상승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공급물가 상승세는 이어질 수 있다. 환율 상승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16.4원 오른 1451.9원으로 집계됐다. 종가 기준 환율이 1450원선을 웃돈 것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환율도 1450원으로 개장했다.
고환율로 인해 수입품까지 포함해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공급물가지수가 상승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표시돼 있는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 [연합] |
11월 생산자물가는 지난달과 비교해 0.1% 상승했다. 생산자물가는 앞서 8월(-0.2%)부터 10월(-0.1%)까지 3개월 연속 하락했으나 11월 오름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1.4% 상승해 10월(1.0%)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전력·가스·수도및폐기물 등이 전반적인 상승을 주도했다. 전력·가스·수도및폐기물 생산자물가는 산업용전력(7.5%) 및 증기(0.1%) 등이 올라 전월대비 2.3% 상승했다. 공산품도 석탄및석유제품(1.6%) 및 음식료품(0.3%) 등이 뛰면서 0.1% 올랐다. 세부적으로 보면 경유(4.1%), 제트유(6.0%), 산업용전력(7.5%) 등이 크게 뛰었다.
이와 관련 한은 관계자는 “산업용전력이 많이 오르면서 전반적인 생산자물가 오름세를 견인했다”며 “산업용전력은 10월 23일부터 요금이 인상됐는데, 이에 10월엔 일부만 영향을 미쳤고 11월 생산자물가엔 전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농림수산품은 농산물(-5.1%) 및 축산물(-2.8%)이 내려 전월대비 3.6% 하락했다. 특히 배추(-42.3%)와 상추(-64.1%)가 대폭 안정됐다. 서비스는 금융및보험서비스(-1.0%) 및 운송서비스(-0.1%) 등을 중심으로 0.1% 내렸다.
국내 출하에 수출품까지 더한 11월 총산출물가지수는 지난달 대비 0.6% 상승했다. 전년동월대비로는 2.8% 뛰었다. 농림수산품(-3.4%) 등이 하락했으나 공산품(0.9%) 등이 오르면서 상승세를 주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