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소주 1만7508% 폭증…와인도 3배 늘어
“여행 증가 영향…현지서 맛보고 직구하기도”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 직장인 박모(39) 씨는 ‘하이볼’ 열풍에 위스키에 빠져 일본과 대만 여행을 자주 갔다. 국내보다 저렴한 가격에 인기 많은 위스키를 구할 수 있어서다. 최근에는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주류를 구매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박 씨는 “일본이 싸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위스키 성지’로 불리는 숍에서도 원하는 제품을 구하기 어려워졌다”며 “차라리 집에서 ‘손품’을 파는 게 낫다”고 말했다.
엔저 현상을 활용해 일본에서 와인이나 위스키, 일본 소주를 직구(직접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특히 일본 현지에서 경험한 주류를 직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20일 해외직구 플랫폼 몰테일이 운영하는 주류 버티컬몰 비타트라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일본 주류 주문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이상(341%) 증가했다. 몰테일 관계자는 “엔저 영향으로 유럽산 와인이나 위스키도 일본에서 직구하는 게 더 싸다는 인식이 퍼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올해(1~11월) 평균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7.7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789.7원) 이후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류 직구에는 관세와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이 붙는다. 하지만 150달러·1ℓ 이하 1병만 구매하면 세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주류 직구 열풍 속에서 가장 주목받은 제품은 일본 소주다. 비타트라의 1~11월 일본 주류 주문 건수를 종류별로 살펴보면 일본 소주는 1만3734건으로, 전년 동기(78건) 대비 1만7508% 폭증했다. 와인과 위스키 주문 건수가 같은 기간 270%, 68%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일본 소주의 인기는 여행객 증가와 관련이 있다. 현지에서 사케나 일본 소주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귀국 후 다시 찾아서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11월 한일 항공 노선 이용객은 2280만명으로, 2018년(2135만명)을 넘어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몰테일 관계자는 “일본 여행이 급증한 영향으로 보인다”면서 “현지 MD가 한국인 입맛에 맞는 제품을 소싱해 제공하는 것도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