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코스피서 2조 넘게 이탈한 3가지 이유

외인투자자, 韓증시 이탈 요인 분석
三電부진·강달러·세계경기 민감 꼽아



비상계엄 사태, 탄핵정국 등 국내 정세가 요동을 치자 다수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시장을 떠났다. 현재 전문가들은 외국인 국내 증시 이탈의 요인으로 ▷국내 ‘큰 형’ 삼성전자의 부진 ▷강달러·고환율 ▷미국·중국 등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시장을 꼽는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비상 계엄사태 후 11거래일 동안 2조5000억가량을 순매도했다. 특히 계엄 선포 다음 날인 4일엔 4079억원을 순매도하더니 계엄 사태가 일단락된 5일과 6일엔 각각 3164억원에서 2842억원으로 이탈 행렬이 잠시 주춤했다.

이후 정치 상황의 큰 변동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탈출 움직임은 잦아드는 듯했지만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이들은 매도를 쏟아냈다.

탄핵안 가결 이후 첫 거래일인 16일과 17일 이틀간 외국인 투자자 매도액은 2조6596억원에서 3조1948억원으로 오히려 늘어났으며 순매도액 또한 16일 4321억원에서 17일 7012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17일에는 다시 ‘사자’로 돌아서자, 전문가들은 현재 외국인 매도는 정치적 불확실성의 여진이라기보다 올해 이어진 한국 증시 부진에 계엄과 탄핵이라는 정치적 ‘한 방이 가해진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국내 증시 침체와 관련해 삼성전자의 부진을 짚었다. 신희철 iM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대장주 격인 삼성전자, 그리고 이들이 이끄는 반도체 산업은 국내 핵심 산업인데 이들의 ‘산업 경쟁력 약화’가 올해 국장의 전반적인 부진을 초래했고 현재 상황은 이러한 부진이 이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도 지배적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과 텍사스 교직원 퇴직연기금 벤치마크 변경 이슈 등으로 외국인 매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환율 방향이 급등하는 ‘추세’가 있는 상황에선 주식시장에 대해 우호적일 순 없다”고 전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글로벌 경기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경기 상황과 관련해 민첩하게 움직인다. 이 가운데 18일(현지시간) ‘매파(긴축 선호)’적 발언을 내놓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에 차갑게 얼어붙은 미국 뉴욕증시의 영향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날 열린 올해 마지막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을 경우 금리 인하 속도를 더 늦출 수 있다”고 전했는데 이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 이날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장중 4.5%를 돌파했으며 야간시장에서 환율은 달러 강세로 인해 장중 1450원에 도달했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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