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로프그렌 민주당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19일(현지시간) 머스크가 트럼프를 형상화한 인형을 조종하는 AI생성 이미지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X캡처]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의회의 임시 예산 합의안에 반대 의사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미국이 셧다운 위기에 봉착하자 미국 정치권에서는 “머스크가 사실상의 대통령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 하원은 19일(현지시간) 임시예산안을 부결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머스크 CEO의 압력으로 공화당과 민주당 지도부가 이틀전 가까스로 합의한 안이 무산된 이후 공화당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예산안이 이날 상정됐지만 미 하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정부는 21일(힌지시간)부터 ‘셧다운(업무 일시 중지)’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인보다 먼저 나서 공화당의 임시예산안 합의를 강하게 반대한 데 있다.
지난 18일 공화당과 민주당은 임시 예산안 처리 시한(20일)을 코앞에 두고 내년 3월 14일까지를 기한으로 하는 추가 임시예산안(CR)에 합의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부채한도 증액 필요성 등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정부 업무가 일시 중단되는 ‘셧다운’ 위기에 몰렸다.
이 과정에서 머스크는 임시예산안 합의가 공식화한 직후 엑스(X·옛 트위터)에 “이 터무니없는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하원 또는 상원의원은 2년 내 퇴출돼야 마땅하다”고 썼다.
이에 여러 공화당 의원이 동조하는 의견을 표시했고, 머스크는 일일이 답글로 이를 칭찬하고 감사 인사를 전하며 공화당 내 반대 기류를 확산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워싱턴주 공화당 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AP] |
트럼프 당선인의 반대 입장은 머스크가 이렇게 여론몰이를 한 뒤에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19일 NBC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이 사안에 대해 처음으로 글을 올리기 전에 자신과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지만, 정치계에서는 이번 일이 권력의 실세로서 미국 정치를 주도하게 된 머스크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AP통신은 “분명한 것은 정치권력으로서 머스크의 부상(ascendance)”이라며 “이런 수준의 영향력은 그의 막대한 부로 인해 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머스크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다며 공화당의 이번 합의 뒤집기에 반발했다.
민주당 짐 맥거번 하원의원(매사추세츠)은 “그(머스크)는 대통령이고, 트럼프는 이제 부통령이다”라고 조롱했다.
조이 로프그렌 민주당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머스크가 트럼프를 형상화한 인형을 조종하는 AI생성 이미지를 자신의 X에 올리기도 했다.
무소속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이날 X에서 “일론 머스크 대통령”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그는 ‘셧다운’ 하란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선출된 공무원을 해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전히 민주주의가 맞는가. 아니면 이미 과두정치와 권위주의로 옮겨왔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