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돈 안된다? K-패션이 해외로 눈 돌리는 이유 [언박싱]

LF·삼성물산·코오롱FnC 모두 해외로…중국 넘어 유럽까지 정조준
‘흥행’ SPA 시장 뛰어들기도 부담…“다이소에서만 지갑 여는 시기”


슈콤마보니 트루퍼햇 [코오롱FnC 제공]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패션 ‘3마’ 브랜드를 제외하면 올해 패션업계는 ‘불황’ 그 자체다”.

내년 국내 패션 대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상기온 여파로 겨울옷 소비가 줄어든 데 이어 1년 중 가장 ‘대목’으로 불리는 12월의 절반 이상을 ‘탄핵 정국’으로 흘려보내면서 실적 방어까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내수경기가 계속 악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K-패션’은 앞다퉈 해외 공략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 대기업들은 내년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먼저 LF가 운영하는 헤지스는 내년 브랜드 론칭 25주년을 맞아 ‘글로벌(Global)’과 ‘영(Young)’을 키워드로 정했다. 글로벌 유통 채널을 확보해 ‘1조 캐주얼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아시아를 넘어 중동, 인도, 유럽까지 시장도 확대한다.

삼성물산의 글로벌 브랜드 준지는 중국을 필두로 해외 매장을 연이어 열고 있다. 올해 중국 럭셔리 백화점 SKP백화점 베이징점과 청두점에 팝업 매장을 운영한 것을 발판 삼아 내년에는 유럽 지역으로 확대 진출할 계획이다.

코오롱FnC은 아시아 시장을 정조준했다. 코오롱FnC가 2019년 선보인 아카이브앱크는 지난 9월 태국 최대 유통기업인 ‘센트럴 백화점’과 단독 유통 계약을 맺고, 올해 3개 매장을 열었다. 코오롱FnC는 아카이브앱크의 일본 진출도 꾀하고 있다.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K-패션이 유행하면서 현지 20~30대 여성들에게 한국 브랜드의 핸드백이 인기를 끌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코오롱FnC의 중국 매출은 이미 국내 매출을 뛰어넘었다. 코오롱FnC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23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코오롱스포츠차이나는 작년에만 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6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패션 부문 대기업의 실적이 전체적으로 저조했다”며 “‘3마(마리떼프랑소와저버·마뗑킴· 마르디메크르디)’만 매출이 올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SPA(제조 유통 일원화) 브랜드 열풍도 대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이유 중 하나다. SPA 업계에 진출 하기에는 초기 유통망 구축 과정에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실적 방어에 급급한 상황에서 사업을 확장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SPA 브랜드를 만들려면 제조부터 유통까지 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그만큼 재고를 확보해야 한다”며 “SPA브랜드가 인기를 끌어도 요즘은 다이소에서만 지갑을 여는 시기라,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추가적인 투자를 하기에는 리스크가 있다”고 봤다.

한편 패션 대기업들은 올해 3분기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한 433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오롱FnC의 올해 3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7% 줄었다. 영업손실은 149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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