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64.4 급락…”원자재 수급 관리 철저”
부산항 신선대·감만·신감만부두. [연합] |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 1분기 국내 기업의 수출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2일 ‘2025년 1분기 수출산업 경기 전망지수(EBSI) 조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가 전망한 내년 1분기 EBSI는 96.1이다. 4분기 만에 기준선인 100 아래로 떨어졌다. EBSI는 작년 4분기 97.2에서 올해 1분기 116.0으로 급등한 이후 2분기 108.4, 3분기 103.4로 하락 추세에도 기준선 위를 지켜왔다. 내년 1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0∼200 사이 지수로 표현되는 EBSI는 기준선인 100보다 높을수록 다음 분기 수출을 호조로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조사는 전년도 수출 실적 50만달러 이상인 2000여 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조사 대상인 주요 15대 수출 품목 가운데 내년 1분기 10개 품목이 기준선을 밑돌아 수출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가전(52.7)은 북미와 EU(유럽연합)의 수요 위축으로 수출 역성장 가능성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64.4) 역시 중국의 범용 D램 수출 증가 등으로 수출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는 올해 1∼4분기 103.4, 148.2, 125.2, 135.2 등 줄곧 기준선을 크게 웃돌았지만, 내년 1분기 지수는 급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 밖에도 철강·비철금속 제품(64.1), 의료·정밀·광학기기(74.8), 농수산물(77.7), 전기·전자제품(85.3), 섬유·의복 제품(87.9), 기계류(91.9), 무선통신기기·부품(94.0), 석유제품(98.9) 등 부진이 예상됐다.
반면 선박(146.6)과 생활용품(137.9), 자동차·자동차부품(130.7), 화학공업(121.5), 플라스틱·고무·가죽제품(100.5) 등 5개 품목의 수출 전망은 밝았다.
내년 1분기 항목별 EBSI를 보면 수입 규제·통상마찰(74.5), 수출상품 제조원가(82.7) 등 10개 중 9개 항목에서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단가(106.2)만 유일하게 기준선을 웃돌 것으로 기대됐다.
무역협회는 “주요국의 자국 우선주의 심화로 수입 규제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내년 1분기 주요 수출 애로 요인으로는 ‘원재료 가격 상승(17.4%)’, ‘수출 대상국의 경기 부진(15.2%)’, ‘바이어의 가격 인하 요구(12.0%)’, ‘원화 환율 변동성 확대·물류비용 상승(10.9%)’ 등이 꼽혔다.
허슬비 무역협회 연구원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수출기업들은 각국의 통상 정책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원자재 수급 관리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