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값 100만원 ‘투란도트’ 연출가 “내 이름 빼라”…개막 직전 결별 선언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 앞에서 열린 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 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 기자간담회에서 박현준 예술총감독, 지휘자 호세 쿠라 및 출연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공연은 코엑스 D홀에서 오는 22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개막을 불과 9시간 가량 앞두고 이탈리아 오페라 거장 다비데 리버모어는 ‘투란도트’ 연출을 하지 않겠다며 ‘결별’을 선언했다. 제작사 측은 리버모어 감독을 대신할 연출자로 박현준 총예술감독을 선정, 정상적으로 공연을 올린다는 입장이다.

리버모어 연출가는 22일 한국 언론에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에서 공연될 ‘어게인 2024 투란도트’ 프로덕션의 예술적 결과물과 완전히 결별한다”며 “프로덕션은 원래의 기획 의도에서 벗어났다.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투란도트’를 내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리버모어는 22일 개막, 오는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의 연출을 맡았다. 이번 ‘투란도트’는 지난 2003년 상암 월드컵에서 열린 야외 공연을 기념, ‘어게인’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제작사는 투란도트문화산업전문회사로 박현준 한강오페라단 단장이 총감독을 맡아 제작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리버모어 연출가가 밝힌 ‘결별’ 이유로 앞서 2003년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버전의 ‘투란도트’ 동선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비전문적인 아마추어 수준의 권위적의적 강요”라고 주장하며 “제작진과 연출가 사이의 건설적인 대립은 일반적인 관행이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런 협력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도착 첫날 받기로 했던 개런티도 받지 못했다. 계약상의 지불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나의 예술적 수준이 이 공연과 관련되거나 내 이름과 얼굴을 이용해 티켓을 판매하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연출가의 하차로 인한 제작 파행에 투란도트문화산업전문회사는 “한국 오페라를 우습게 여겨왔던 이탈리아 오페라 관계자들이 이번 ‘어게인 2024 투란도트’에서 다시 한번 한국을 봉으로 아는 추태를 또 보였다”며 “그동안 여러 차례 2003년 버전을 준비하기를 요구했지만 리버모어 측은 제작진의 의도를 듣지 않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투란도트’를 연출하려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리버모어는 공연을 앞두고 입국했으나 “연출에 관해 손짓이나 한걸음 걷는 것 등 연출에 대해 한 마디도 도움이 준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어게인 2024 투란도트’는 총 제작비 200억원을 투입,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쿠라, 파올로 카리야니 등 세계적 거장들이 지휘자로 참여하며 소프라노 아스믹 그리고리안,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 브라이언 제이드 등이 출연하는 대작이다. 티켓 최고가는 무려 100만원에 달하는 이 작품은 회당 7000명의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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