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원룸이 5억? 없어서 못 팔죠”…용산 후암동 가격도 ‘고도제한’ 풀렸네 [부동산360]

10월 전용17.89㎡ 원룸 4억7000만원에 팔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도 소형평수 관심 여전
재개발 속도 내는 동후암동에 서후암동도 움직임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동후암1구역 지역인 소월로2나길 모습. [네이버거리뷰]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동후암동 3구역은) 상대적으로 평지라 1구역보다 선호되는데 원룸도 5억원가지고는 안돼요. 여력이 안되면 좀 더 싼 남산1구역 빌라 가보라고 권하죠.”

서울 용산구 후암동 일대. 고도제한 완화조치 및 신속통합기획 등 개발 호재로 최근 기대감이 올라간 동후암동1·3구역은 빌라가 평당 1억원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평당 가격와 유사한 수준이다.

5평 원룸도 매매 호가가 5억원을 넘는 이유는 넘는 이유는 재개발 후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기대할 수 있는 일명 ‘몸테크(재개발 예정 주택을 매입해 실거주하며 재개발 뒤 이득을 얻는 재테크 방식)’가 가능한 지역으로 손꼽혀서다.

동후암 1·3구역은 각각 올해 6월과 8월에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주택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되며 재개발 사업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시 고시에 따라 후암동이 속한 남산 주변 고도지구의 고도제한은 20m에서 최대 45m로 완화되며 경관보존 범위 내에서 15층까지 지을 수 있게 됐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무주택자이면서 실거주가 가능한 사람이나 주택임대 등록사업자는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만 거래할 수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소유자 분들한테 설명할 때 동후암 1·3구역 개발 후 국민평형(전용면적 84㎡) 입주권을 발으려면 10평, 최소 10억원의 투자금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며 “원룸 등 소형 평수 빌라는 59㎡ 내외를 노리시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3~5평 원룸들은 20대 자녀 등에 증여를 고민하거나 직접 들어오려는 수요에 비해 매물이 없다는 게 부동산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동후암 3구역 이대. [서울시 제공]


재개발 기대 심리로 해당 지역 빌라 가격은 급등했다. 실평수 5평대인 전용면적 17.89㎡ 원룸은 지난 10월 4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사이즈의 원룸은 3년 전 가격(약3억원, 2021년 8월 매매가) 대비 1억7000만원이 비싼 가격으로 매월 약 450만원씩 오른 셈이다.

후암동의 A부동산 관계자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용산공원 개발 등 일대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면서 “아파트가 들어오면 국민평형 기준 노량진 뉴타운은 27억~28억원, 한남5구역이 34억원 정도 하면 동후암 쪽은 그 중간 30억원은 가지 않을까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후암동 사정에 능한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 4~5년 전에는 서후암 지역 대비 평당 가격이 절반 수준이었던 동후암 지역이 이제는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이 지역은 권리산정기준일 이후 사용승인(준공)된 공동주택일 경우 현금청산(입주권 대신 현금을 받는 것) 대상이기 때문에 매물에 대한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권리산정일 이후에는 공동주택인 빌라가 10세대를 신축했다할지라도 입주권은 건물 하나에 1개만 나가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 일대. 김희량 기자


남산 주변 고도지구 결정(변경)도. [서울시 고시]


다만 동후암동 1·3구역을 제외한 기타 후암동 지역에서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오히려 개발 기대감이 내려가며 거래절벽을 겪는 곳도 있다. 준공 45년차인 미주라이프아파트는 2년 전 10억 후반대 가격에 거래됐으나 현재 전용면적 64.26㎡ 매물이 급매물가가 8억 후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B부동산 관계자는 “매도호가는 떠있는데 경기 등 수요자의 자금여력은 낮다보니 거래 성사가 안 되는 편”이라며 “경기가 어려워 현금 조달을 위해 집을 팔고 싶지만 오히려 큰 단독주택들은 가격이 너무 높아 살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동후암동 1·3구역의 재개발 추진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노후도가 충족되지 않은 2구역 및 과거 재개발이 무산됐던 서후암 지역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서후암동에서는 2007년 설립된 제1구역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비롯해 (가칭)후암특계 4-2·4-3 추진준비위원회 등 3개의 집단에서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한편 동후암동 1·3구역은 후보지 선정 이후 정비계획 수립을 위해 용역에 들어간 상태다. 정비업계는 2035년 전후로 해당 지역에 아파트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후암동 정비사업을 위해 들어선 (가칭)후암특계 4-2·4-3 추진준비위원회 홍보 포스터. 해당 지역은 동후암 1·3구역과는 무관하다. 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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