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도전’ 이기흥 회장 “제기된 의혹들 이해안돼…직무정지도 잘못된 것”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대한체육회장 3선 도전을 공식 선언하며 그간의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기흥 회장은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4층 아테네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 재임으로만 끝내려고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체육이 대내외적으로 많은 위기를 겪고 있다. 이를 도외시하고 출마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 생각한다”며 체육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 회장은 “그동안 많은 의혹과 억측이 있었다”며 “문체부 감사를 기초로 국회에서 청문회를 하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고, 감사원 조사도 있었다. 어제까지도 문체부 감사를 받았다. 대한민국 사법기관이 다 조사하는 건 건국이래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뭘 잘못해서 이렇게 나를 악마화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의혹들을 이해할 수 없다”며 그간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고 반박했다.

이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업무방해(채용비리), 제3자뇌물수수, 업무상횡령, 업무상 배임 등 네 갈래 수사로 진행되고 있다.

이 회장 딸의 대학 친구인 A씨를 진천선수촌에 부당 채용한 의혹과 관련해선 “절차상 전혀 문제가 없고 부정채용이 아니다”고 했다. 파리올림픽 참관단에 체육계와 관련 없는 지인 5명을 포함하도록 특혜를 제공한 의혹,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보양식을 제공하고 비용을 스포츠종목단체 모 회장에게 대납하게 한 의혹에 대해서도 “관행적으로 해왔던 것이며 문체부에서 다 승인을 받은 것이다. 잘못을 추궁하려면 승인해준 사람이 책임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문체부의) 직무정지는 잘못된 것이다. 저는 장관이 임명하는 자리가 아닌 선출직이다. 직무정지를 하려면 대의원총회 결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기흥 회장은 이날 ‘대한민국 체육의 변화, 체육인과 완성하겠습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Independence(독립) ▷Optimization(최적화) ▷Collaboration(협력) 등 세가지 축으로 체육회 변화를 이끌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이 회장은 “재정자립과 자율성 확보, 균형 잡힌 체육시스템 구축, 독립적이며 신뢰받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흥 회장은 그러면서 “국가스포츠위원회 완성이 체육회 변화의 마지막 단계가 될 것이다”며 “스포츠위 구성이 불가역적으로 완성되고, 청년-장년-노년의 피라미드형 체육구조가 실현되면 제 임기가 끝나지 않더라도 훌륭한 회장님께 자리를 넘겨주고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한편 이기흥 회장은 정부 고위관료가 이 회장에게 특정기업 오너인 재벌 총수를 차기 체육회장으로 추천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이 회장은 “하지만 체육회에만 전념해야 하는 직무상 재벌은 절대 안된다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며 강창희 전 국회의장을 추천했지만 본인이 고사했다는 뒷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통합체육회 초대회장으로 제40대, 41대 대한체육회장을 역임한 이기흥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활동하며 교육위원회 위원, 유산과 지속가능성 워킹그룹 의장 등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 회장 재임 기간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2024 강원청소년동계올림픽, ANOC 서울 충회 등 국제이벤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 회장은 현재 정부 압박과 사법 리스크를 동시에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체육계 부조리의 정점에 있다는 비판을 받으며 체육회 사유화 논란과 관련해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갈등을 빚어 왔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지난달 체육회 관련 비위를 점검한 결과 이 회장을 비롯한 8명을 업무방해와 금품 등 수수,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문체부는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했고, 경찰과 검찰은 진천 국가대표선수촌과 대한체육회, 이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여기에 이 회장의 3선을 저지하겠다며 후보자들이 ‘반(反) 이기흥’ 연대를 구성, 단일화 움직임까지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강신욱, 유승민, 안상수, 박창범, 강태선 후보 등이 관련 논의에 참여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단일화 방식은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이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체육회 대의원과 회원 종목단체, 17개 시도 체육회, 228개 시군구 체육회 임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구조 속에 재임 기간 표밭을 다져온 이 회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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