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황 너무 무섭다” 유학생들 서둘러 떠났다

계엄 후폭풍에 귀국길 앞당겨
대학들 잇단 유학생 안전 공지
외국 학생 이탈 현상에 골머리


#1. K-팝과 K-드라마에 빠져 지난 8월 교환학생 자격으로 한국에 왔다는 프랑스인 A씨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 귀국 일정을 내년 2월에서 이달 말로 앞당겼다. A씨는 “비상계엄이라는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해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더 무서웠다”며 “프랑스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일이 생길까봐 비상계엄이 끝난 뒤에도 벌벌 떨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작별 인사를 나눌 시간이 이렇게 짧아질 줄 몰랐다”며 아쉬움도 드러냈다.

국내에서 공부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 사이에서 비상계엄과 그 후폭풍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방학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중 일부는 ‘학기가 끝나자마자 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됨에 따라 한국 민주주의 회복력과 관련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과 달리, 유학생 사회에서는 ‘계엄이 발생할 수 있는 나라’로 인식돼 여전히 동요가 가라앉지 않는 것이다.

올해 초 독일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B씨는 “한국을 사랑하지만 지금은 한국에 더이상 머물 수 없다”고 전했다. B씨는 지난 3일 ‘계엄의 밤’ 이후로 독일에 있는 가족들의 걱정이 커 한 달 내로 한국의 짐을 정리하고 고향에 돌아갈 계획이다. 그는 “가족들이 하루 빨리 독일에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며 “한국은 이제 전쟁의 가능성보다 계엄의 가능성이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미얀마 유학생 C씨는 “고향의 아픔이 한국에도 드리울까봐 걱정이 됐다”고 했다.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존경한다’는 C씨는 “미얀마는 2021년 군사 쿠데타 이후 봄을 완전히 잃게 됐다”며 “한국이 우리나라처럼 ‘긴 터널’에 들어서게 될까봐 마음을 졸였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나처럼 아픔의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은 한국의 계엄에 더 불안해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학생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일부 대학에서는 홈페이지에 이들을 대상으로 안전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이화여대는 비상계엄 상황이 종료된 지난 4일 오전 ‘외국인 유학생 대상 안전 공지’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화여대는 해당 글을 통해 “향후 용산, 여의도, 시청, 광화문 등 일부 지역에서 시위가 예상된다”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학교 종합상황실로 연락하길 바란다”고 안내했다.

대학들은 비상계엄 여파가 지속되면 학교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연세대도 향후 유학생들의 동요가 이어지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학생이 원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도울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학 내 ‘외국 학생 이탈 현상’을 걱정하는 학교도 있었다. 수도권 한 대학 관계자는“비상계엄 충격으로 한국에 오려고 했던 학생들이 방향을 틀어버리는 등 내년도 외국인 유학생 모집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까봐 긴장된다”고 말했다. 안효정·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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