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 축소→지방 자금공급 감소’ 놓고 이견

예보, 스웨덴 사례 언급 보고서
3년간 지역 기업대출 5.8% 감소
금융당국 “상관관계 미지수”


금융당국이 최근 지방 자금공급 활성화 방안을 준비 중인 가운데 은행 점포 수 감소가 지방 자금 공급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24일 예금보험공사가 최근 발간한 ‘은행 지점 수 감소가 신용 공급 및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체 은행 지점 수가 1900개에서 750개로 줄었다. 10곳 중 6곳가량이 문을 닫은 셈이다. 소매금융 서비스의 디지털화가 확산하면서 대면 거래 필요성이 감소한 데 따른 결과다.

은행 지점 수 감소는 스웨덴 지역 기업의 신용 공급과 실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스웨덴 사례를 토대로 실증분석한 결과 지점의 30%가 문을 닫을 경우 3년간 지역 기업에 대한 대출이 5.8% 줄었고, 이미 실행된 기업 대출도 중단될 가능성이 4.5%포인트 늘었다. 특히, 이런 신용공급 위축은 매출이나 자산 규모가 작은 소기업이나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유형자산이 부족한 기업, 부실위험이 큰 기업일수록 크게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더 나아가 지역 실물경제에도 직·간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신용공급 축소가 은행 대출 거래 기업의 매출, 고용, 운전자본 감소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은행 대출에 의존하지 않는 기업에도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했다. 특히, 서비스업같이 지역 내 수요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경우 매출이 4.4% 줄었다.

보고서는 “은행 지점 축소가 관계형 금융 약화 초래, 지역 소규모 기업 등에 대한 자금 공급 감소로 고용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책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 금융당국도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국내 은행 점포는 총 5690개였다. 5년 새 1189개 지점이 문을 닫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각각 708개, 481개가 폐점했다. 전체 폐쇄 점포의 69%는 4대 은행 점포다. 은행별 비중에서는 KB국민은행이 26.3%로 가장 높고, 그 뒤로 우리은행(24%), 신한은행(22.9%), 하나은행(18.8%) 등 순이다.

당국은 최근 ‘은행 접근성 제고 TF’를 구성해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내년 본인가를 목표로 준비중인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에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평가할 때 ‘지역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주된 요소로 삼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다만 점포 수 감소가 지역 자금 공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당국에서는 상관관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점포와 (지방)신용공급 간 상관관계가 유의미한 수준의 통계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최근 준비 중인 ‘지방 자금 공급 활성화’ 방안에도 은행 점포 수와 관련된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전망이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방자금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유연하고 세심한 가계대출 관리를 추진하라”고 말한 뒤 당국에서는 지방 자금 공급 활성화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지방에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들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은행 점포 수 문제는 ‘은행 접근성 제고 TF’에서 다루고 있기도 하고, 지방 공급 활성화 대책에서 다룰 내용은 아니다”라며 “지방 자금 공급 활성화 방안은 정리되는 대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벼리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