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19년 이어 지금도 그린란드에 관심
속령 푸에르투리코와 교환할 계획도 세워
2019년 8월 촬영된 그린란드의 한 해변 마을 전경.[AP]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그린란드 측은 “팔 생각이 없고, 앞으로도 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의 구애로 그린란드가 과연 미국의 51번째주가 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간)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의 그린란드 매입 의사에 대해 “그린란드는 우리 것”이라며 “우리는 매물을 내놓은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에게데 총리는 “우리는 자유를 향한 우리의 오랜 투쟁에 대해 잊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반도보다 9배 이상 넓은 그린란드는 지난 2009년부터 독립을 선언할 권리가 부여됐지만, 여전히 덴마크령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매입 의사를 농담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국가 안보와 상업적 이익이라는 측면에서 그린란드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선인은 자신의 첫 번째 임기 중이던 2019년에도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NYT는 미 대통령 중 그린란드 매입에 관심을 보인 건 트럼프가 처음이 아니었다고 전했다.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도 그린란드를 구입하고 싶다는 제안을 한 바 있다.
구 소련과의 냉전 초기인 당시에 이미 그린란드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얘기다.당시에는 그린란드가 속한 덴마크의 거부로 성사되지 못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구애는 트루먼 전 대통령보다 훨씬 집요하다.
그는 그린란드를 매입하는 대가로 카리브해 북동부에 있는 미국의 속령 푸에르토리코를 건네겠다는 구체적인 협상 계획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끊임없는 관심의 배경에는 상업적 이익을 중시하는 부동산 개발업자의 본능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린란드에는 전기차와 풍력터빈 등의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50종 중 43종 이상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편입할 경우 중국 희토류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날 결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러한 이유에서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관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트럼프 당선인이 20세기 초반 스페인으로부터 필리핀 지배권을 넘겨받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과 닮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는 전통적 고립주의와 달리 세계 최대 군사력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의 영토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팽창주의적 성격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다른 나라의 영토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트럼프 당선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동을 ‘천재적’이라고 평가했다.
덴마크는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마르크 야콥센 덴마크 왕립국방대학 교수는 “사람들은 더 이상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대해 웃지 않는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우드로 윌슨 센터의 셰리 굿맨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매입한 것을 거론하면서 “미국은 본토를 보호하기 위해 본토와 가까운 모든 영토를 확보하고, 적대국이 이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