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국민사과’ 내용·수위가 관건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회가 다음주 정식 출범한다. 비대위는 당장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분열된 당과 보수 진영을 통합하고, 나아가 등돌린 민심까지 달래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26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정치권에서는 이달 말 출범할 비대위 인선을 권영세호(號)의 성패를 가늠할 첫 번째 척도로 보고 있다. 지역과 선수·계파·성별을 아우르는 ‘통합형’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당 내에서는 지난 4일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에 참여한 18명과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 찬성 입장을 밝힌 7명의 합류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두 표결에 모두 찬성표를 던진 초선 소장파 김재섭(서울 도봉갑) 의원이나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이 합류할 시 상징적인 ‘탕평’ 인사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전망의 배경에는 권 의원이 친윤계 내에서도 합리적이고, 계파정치에 오히려 비판적이란 당 내 평가가 있다. 권 의원은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계파 갈등이 극심했던 한나라당, 새누리당 시절 중립을 지킨 인사로 알려져 있다. 올해 10월 친한계의 ‘세 과시성’ 만찬 행보에 대해 “대동단결해도 부족한 지금 이런 계파모임을 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권 의원은 비대위원장 지명 이후 당내외 인사들로부터 인선 관련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출범 이후 국민의힘이 내놓을 ‘대국민사과’의 구체적인 내용과 수위도 가늠자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도 많은 국민께서 사과가 부족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고 인식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비대위원장이 취임하고 그 직후에 바로 다시 한 번 사과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사과의 내용을 넘어 행위 자체를 놓고 정반대의 여론이 감지된다.
당 내 친한·비윤계에서는 “어쨌든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지 않았나”란 말과 함께 ‘탄핵 반대’ 낙인부터 벗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대통령 탄핵안 인용 시 현실화할 조기대선까지 고려해 ‘콘크리트 지지층’을 넘어 외연 확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친한계 6선 조경태 의원은 앞서 “철저하게 반성하고 철저하게 (당을) 대통령과 분리할 수 있는 사람, 그게 아마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첫 번째 책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반면 극우 성향 유튜버 등을 중심으로는 ‘대국민사과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당 내에선 앞서 ‘단합’을 강조한 권 의원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불거진 국가적 혼란과 불신에 대한 ‘포괄적 사과’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그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받은 24일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직후 ‘안정 뿐만 아니라 쇄신도 필요하다’란 언론 지적에 “당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쇄신이 이뤄질 수 없다”라며 “안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당의 단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권 의원에 대한 비대위원장 지명을 놓고선 ‘도로 친윤당’이란 비판과 함께 국민의힘에서 보기 드문 서울 지역구 중진으로서 영남에 치우진 당심의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동시에 감지된다. 권 의원은 2002년 재보선으로 16대 국회에 입성해 17·18대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을, 21·22대 총선에서 용산을 지역구로 당선됐다. 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