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TV시장 삼성·LG와 경쟁
세탁기 등 생활가전도 中추격 거세
새해 벽두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한국과 중국 기업 간의 치열한 대결이 예상돼 시작 전부터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해가 거듭할수록 달라진 위상을 과시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은 이번 CES 2025에서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신제품·신기술을 대거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한 한·중 기업의 경쟁도 그만큼 뜨거울 전망이다.
내년 1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CES 2025는 ‘다이브 인(Dive In·몰입하다)’을 주제로 열린다. 158개국에서 약 4500여개 기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보다 29% 증가한 수치다. 행사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측은 3박4일에 걸쳐 14만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을 것으로 보고 막바지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숫자만큼이나 주목 받고 있는 것은 한국과 중국 기업들이 꾸리는 부스다. 축구장 30개를 합친 규모에 맞먹는 CES 전시장 중에서도 메인으로 꼽히는 LVCC 중앙홀에선 ‘한·중·일 대전’이 펼쳐진다.
한국에선 삼성전자·LG전자·SK 등이 부스를 차리며 중국에선 TCL·하이센스·창홍이, 일본에선 소니·혼다·파나소닉·니콘까지 집결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TCL의 부스는 서로 마주보고 있어 전시기간 내내 관람객들로 붐빌 전망이다.
TCL은 이번 CES 2025에서 퀀텀닷 미니 발광 다이오드(QD-Mini LED) TV를 비롯해 차량용 디스플레이, 스마트 프로젝터, 증강현실(AR) 안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 1월 CES 2024에서도 세계 최대 크기인 115인치 QD-미니 LED TV를 전시한 바 있다.
TCL과 하이센스는 최근 세계 TV 시장에서 한국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초대형 TV에서는 이미 한국을 뛰어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이 우위를 점했던 프리미엄 TV 시장마저 중국이 빠르게 격차를 좁히며 한국 기업들을 위협하는 모습이다.
TCL과 하이센스는 TV뿐만 아니라 세탁기·건조기 제품군에서도 삼성·LG와 유사한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이번 CES 2025에서 어떤 신제품을 선보일 지 주목된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도 이달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가진 직원과의 소통 행사에서 중국 기업의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언급하며 “제품·원가·오퍼레이션 측면에서 구조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사업을 더욱 정교하게 점검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응책 마련에 집중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와 경쟁하고 있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CES 2025 참여도 관심이다. TCL은 IFA 2024에서 처음으로 디스플레이 자회사 CSOT 브랜드를 함께 노출하며 자회사 기술력 알리기에 주력한 바 있다. 이번 CES에서도 함께 나설 지 주목된다.
CSOT는 최근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을 약 2조3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절차를 밟고 있다. 세계 액정표시장치(LCD) 1위 기업인 중국 BOE도 LG이노텍과 현대모비스 부스가 위치한 LVCC 웨스트홀에 전시관를 차리고 전장 고객사들을 공략할 계획이다.
올 한 해 국내 가전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중국 로봇청소기 3사(로보락·나르왈·에코백스)도 일제히 CES 출격을 알렸다.
한국에서 건·습식 일체형 로봇청소기로 돌풍을 일으킨 로보락은 이번 CES에서 신형 로봇청소기를 공개한다. 최근 공개된 티저 이미지에는 세탁기를 연상케 하는 제품이 포함돼 업계에선 미국 시장을 공략할 로보락의 첫 세탁기 공개도 점치고 있다.
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