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보다 더 센 ‘주술뉴스’…새해 사주·점 예약 봇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왼쪽부터), 건진법사(전성배), 명태균씨, 천공스승 등 윤석열 정부 하에서 논란이 됐던 인사들 가운데엔 유달리 무속과 관계됐던 인사들이 많다. [온라인 커뮤니티]


‘안산보살·건진법사’…대형 수사 와중에 무속신앙 전면 등장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새해를 앞두고 신년운세를 보려는 수요는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조금 양상이 다르다. ‘안산보살’로 활동해온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건진법사’ 전성배씨에 대한 수사가 매체를 뒤덮으며 무속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강남구 논현동에서 10년 넘게 활동 중인 한 무속인은 이달 들어 새로 찾아오는 손님이 늘었다고 연합뉴스를 통해 전했다. 이 무속인은 “나라가 어수선하고 경제까지 덩달아 어려워져서 답답하다며 찾아온 손님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의정부 한 점집의 상담실장도 “신년 운세와 사주 예약이 계속 늘고 있다”며 “기존 단골들이 예약하기 어렵다며 성화”라고 말했다.

한편 이런 ‘무속 열풍’이 불편하다는 사람도 늘고 있다. 특히 종교계 일각에선 미신이나 사이비 같은 무속 신앙을 언론이 홍보해주는 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마포구의 한 교회에서 권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김모(55)씨는 “점괘를 보고 무당을 믿은 사람들이 매일 같이 방송이 나와 떠들어 불쾌하다. 어떨 때는 뉴스를 보다가 텔레비전을 꺼버린다”고 말했다.

모태신앙인 최모(26)씨는 “정치인부터 연예인까지 무속을 맹신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종교인으로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반인이 사적인 관심으로 신년 운세나 사주를 보는 것과 정관계 인사가 공적인 의사 결정에 이를 활용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처음으로 사주를 예약했다는 직장인 이모(31)씨는 “TV에서 유명인들이 사주와 점술에 의지하는 것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을 뿐”이라며 “개인이 이사 날짜를 정하는 것과 군 통수권자가 계엄 여부를 정하는 문제가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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