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사고에 참담” 속타는 여행업계·위축된 유통업계

세월호 때도 해외여행 줄고 마트 매출 타격
“소비 위축에 부정적인 경기환율까지 걱정”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탑승객 181명을 태운 채 동체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해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사고 관련 뉴스를 살펴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에 여행업계와 유통업계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다. 계엄사태와 탄핵정국 속에서 연말연시 소비 진작에 안간힘을 쓰던 중 벌어진 대형 참사에 침체된 분위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여행·숙박업계는 이번 참사로 인한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가 사고가 발생한 전남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내년 1월 4일까지 7일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한 가운데,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사고 이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불안감에 겨울 여행 일정을 취소하거나 변경을 고려하는 이들이 잇달아 글을 올리고 있다. 제주항공이 29일까지 예약한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국제선 전 노선 취소 수수료를 면제한다는 정보가 돌면서 항공권을 취소했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겨울철은 특히 내국인이 동남아 등 해외로 떠나는 아웃바운드 여행의 성수기라는 점에서 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세월호 참사 때도 해외여행이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내국인의 아웃바운드 송객 인원은 2014년 4월 81만5171명에서 5월 78만7659명으로 줄었다. 가정의 달 연휴에도 불구하고 개별자유여행객(FIT) 인원은 한 달 새 40만3088명에서 35만1333명으로 급감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때는 여행심리가 위축됐다가 원화 강세, 여름 성수기 등 덕분에 아웃바운드 여행이 회복됐다”며 “지금은 경기나 환율이 더 안 좋은 상황이라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숙박업계 관계자도 “당장 예약 취소 등 눈에 띄는 영향은 없다”면서 “사태 영향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역시 노심초사하고 있다.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심리가 더 움츠러들 수 있어서다. 정부와 경제단체 등이 발 벗고 나서 독려했던 연말연시 행사와 모임이 취소되면서 냉기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4년 4월 대형마트와 백화점, 기업형 슈퍼마켓(SSM)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4.1%, 1.4%, 3.2% 감소한 바 있다.

불매운동으로 인한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사고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항공의 최대주주인 애경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을 주장하는 글이 온라인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전날 공개 사과문을 통해 “이번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께 비통한 심정으로 애도와 조의의 말씀을 드리며,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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