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만 애기동백의 아우성에…꽁꽁 언마음도 사르르[함영훈의 멋·맛·쉼]

한국관광공사 ‘겨울에도 푸릇하게’ 5선
1004섬 신안 분재정원서 애기동백 향연
엄동설한 동지섣달 꽃 보는 서울식물원
서천국립생태원, 하동송림 겨울 신록예찬


신안 압해도 1004섬분재정원의 수천만송이 애기동백에 서설이 내려앉았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연말연시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다는데, 올겨울은 유독 더 추운 듯하다. 마음 얼어붙어서 그런 건지…. 그래서 벌써 봄의 전령을 처음으로 맞는 남도로 가고 싶다. 눈 소식이 있다면, 붉은 동백 위로 포근히 내려앉았으면 좋겠다.

온기와 열정이 간절한 겨울 여행자의 마음을 알았을까. 천사섬 신안 압해도의 ‘1004섬분재정원’에 애기동백이 지천으로 피었다. 최근 눈을 맞고 녹기를 반복한 애기동백은 차가워진 여행자 마음을 어루만진다.

압해도는 목포를 기준으로 ‘앞에 섬’이라 부르다, 바다해(海)와 섬도(島)를 붙인 곳이다. 목포시, 무안군, 신안군 서쪽 섬 쪽 세 갈래 육·해상 길이 압해도와 연결된다.

우리나라 남서 땅끝 압해대교와 김대중대교, 천사대교가 연결되어 있다. 바다가 육지라면 가고팠던 섬, 압해도는 해상 대교들이 통로가 되어주면서 육지 같은 섬이 됐고, 서쪽의 수많은 섬과 육지를 연결한다.

1004섬분재정원은 압해도의 지형이 서쪽으로 뻗어 나가는 곳에 분재원과 작은수목원, 초화원, 쇼나조각원, 애기동백숲길 등을 거느린다. 1004섬분재정원의 애기동백은 이곳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자라고 있었다. 정원이 들어선 이후엔 아예 본격적으로 심기 시작해 현재는 약 2만그루 이상에 달한다. 한 그루에 애기동백 꽃은 보통 2000여 송이나 피는데, 날이 적당한 때엔 최대 4000만 송이의 붉은 애기꽃이 장관을 이룬다.

유난히도 한기가 느껴지는 올겨울, 애기동백의 붉은 빛 향연은 차가워진 우리의 가슴에 뜨거운 열정을 다시 피어오르게 하는 불쏘시개가 됐다. 신안 1004섬분재정원은 한국관광공사가 ‘겨울에도 푸릇하게’ 테마로 선정한 2025년 1월 추천 가볼 만한 곳 5선에 포함됐다.

천사 같은 애기동백에 김환기 작가 생가까지…


1004섬분재정원에는 애기동백숲길 외에도 즐길 장소가 많다. 쇼나조각원은 쇼나 부족이 만든 약 120점의 조각 작품을 볼 수 있는 야외 전시장이다. 쇼나는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짐바브웨의 부족 이름이다. 정과 망치를 사용해 주로 인간의 모습을 조각했는데, 피카소와 마티스의 작품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햇살연못 주변과 애기동백카페는 1004섬분재정원을 걷다 잠시 쉴 수 있는 장소다.

1004섬분재정원


암석원은 마치 작은 자연을 떠올리게 한다. 배롱나무 정원은 약 200년 전 나주시 덕림리 마을에 심었던 배롱나무들을 기증받아 조성했다. 1004섬분재정원이라는 이름답게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역시 분재원이다. 저녁노을미술관에는 우암 박용규 화백이 기증한 ‘금강산만물상’, ‘유곡’, ‘출가’ 등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신안까지 와서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김환기 화백의 안좌도 생가 고택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관광공사 의뢰로 현지를 탐방한 이시우 작가는 1박2일 여행코스로 첫째 날, 1004섬분재정원→저녁노을미술관→김환기고택, 둘째 날 퍼플교→세계화석광물박물관→1004뮤지엄파크를 추천했다.

‘12월의 여름’을 즐기는 서울식물원


동지섣달에도 꽃을 보는 곳, 서울 강서구 마곡의 서울식물원은 빌딩 숲 한복판 축구장 70개 넓이로 조성돼 있다. 또 하나의 1월에 가볼 ‘붉고 푸른 여행지’이다.

서울식물원은 넓은 잔디가 깔린 열린 숲과 둥그런 산책로 호수원, 조류의 보금자리 습지원, 주제정원과 온실로 이뤄진 주제원 등 4개 구역으로 나뉜다. 온실은 문 하나만 열고 들어서면 항상 여름처럼 따뜻한 온도 속에서 초록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열대, 지중해로 이어진 코스를 따라 식물 세계여행을 한다. 온실 최대 높이 25m를 향해 쭉쭉 뻗어가는 야자수와 따사로운 볕에 반짝이는 올리브나무, 2000년 넘도록 굳건한 바오바브나무를 비롯해 1000여 종의 식물이 자란다.

“동지섣달 꽃 본 듯” 서울식물원.


약 8m 높이의 스카이워크에서는 키 큰 열대 식물과 같은 눈높이에서 마주할 수 있다. 2025년 2월까지 희귀 난초와 나뭇가지로 만든 겨울 요정을 만날 수 있는 ‘윈터페스티벌’도 놓치지 말자.

씨앗을 대출받아 키운 후 다시 씨앗으로 반납하는 씨앗도서관과 식물 키우기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정원지원실, 작은 화분에 담긴 식물들을 살 수 있는 기프트숍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서울식물원 인근엔 겸재정선미술관, 허준박물관, 국립항공박물관이 있다.

희귀 식물의 요람 평창 국립한국자생식물원


오대산 숲속에 자리한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로만 구성한 식물원이다. 1999년 김창열 원장이 사립 식물원으로 조성해 가꾸다 지난 2021년 최소 100년간 이곳을 식물원으로 운영할 것을 조건으로 산림청에 기부했다.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식물 서식지일뿐더러 보전기관이며, 산림청에서 지정한 국가희귀·특산물 보전 기관이기도 하다.

평창에 있는 국립한국자생식물원 내 희귀식물원


이곳은 희귀식물원, 특산식물원, 모둠정원 등 다채로운 7개의 야외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가을에는 단양쑥부쟁이와 벌개미취 같은 야생화 군락지가 장관을 이룬다.

겨울에는 설경과 함께하는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으며, 방문자센터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도자기 공예를 체험하거나 숲속 책장에 소장된 2만여 권의 책을 읽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폐목재로 꾸민 로비와 아늑한 카페 공간은 겨울철에만 무료로 따뜻한 음료가 제공된다.

주변엔 4000여 점의 문화유산과 불교유적을 소장하고 있는 월정사성보박물관, 한옥 웰니스 시설 오대산자연명상마을, 동계올림픽 메카다운 수많은 스키장이 있다.

지구촌 식물여행 서천 국립생태원 & 장항송림


생물 다양성의 보고 서천에 자리한 국립생태원은 생태계 보전을 위한 연구 및 조사, 교육, 전시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대표 시설로 에코리움이 있다. 에코리움 핵심 전시는 5대 기후관으로 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 등으로 이뤄진다.

약 3,000㎡ 규모의 온실에 꾸민 열대관에는 세계 최대 담수어인 피라루크와 영화 ‘아바타’를 떠올리게 하는 커튼담쟁이 터널 등 신비로운 볼거리가 가득하다.

사막관의 귀여운 사막여우와 검은꼬리프레리도그, 지중해관의 바오바브나무와 식충 식물도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온대관엔 제주도 곶자왈이 있고, 극지관엔 펭귄이 있다.

장항송림산림욕장


사시사철 푸르른 장항송림산림욕장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서천갯벌과 15m 높이의 장항스카이워크를 함께 즐길 수 있어 알차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전시관 씨큐리움과 레트로한 분위기의 장항6080음식골목 맛나로, 금강과 서해가 만나는 국내 대표 철새 도래지 금강하구둑이 근처에 있다.

섬진강과 동행하는 하동 송림, 그리고 ‘토지’


경남 하동군에 있는 하동송림은 조선 영조 21년(1745년), 하동도호부사 전천상이 만든 인공 숲이다. 해풍과 섬진강에서 날아오는 모래바람으로부터 마을과 농장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현재 후계목(천연기념물과 유전적으로 완전히 일치하는 개체)과 군민이 기증한 소나무 등을 포함해 900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온 하동송림을 중심으로 송림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덕분에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의 아름다운 자태를 언제든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섬진강을 낀 하동송림과 옛 경전철교


하동송림공원 옆으로 흐르는 섬진강에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모래사장이 있어 함께 둘러볼 만하다. 인근에는 폐선된 옛 경전선 선로를 활용해 만든 산책로가 있는데, 옛 경전철교 위에 직접 올라가 보는 것도 가능하다.

소설 ‘토지’가 드라마로 만들어질 때 지어진 ‘최참판댁’ 세트장은 악양평야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명소로 인기가 많다. 평야와 섬진강, 소백산맥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스타웨이하동에서 더 자세히 감상할 수 있다. 하동야생차문화센터에서 하동의 야생차 문화도 재미있게 체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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