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사고 현장에 대형 크레인이 동원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도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해 탑승객 179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해외 전문가가 ‘콘크리트 벽이 결정적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영국 공군 출신 항공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30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콘크리트 벽과 관련해 한국 공항 당국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어마운트는 영국 공군에서 조종사이자 비행 강사로 근무했으며 영국 왕립 항공학회에서 최우수상을 두 차례 수상한 항공 문제 전문가다.
그는 “조종사가 처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가능한 한 최상의 착륙을 했다고 본다”며 “착륙 활주가 끝날 무렵 기체엔 큰 손상이 없었고,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항공기가 엄청나게 단단한 무언가에 부딪히면서 화염에 휩싸였고 그것으로 인해 탑승자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비상착륙한 여객기는 활주로를 300m쯤 벗어나 콘크리트 구조물인 ‘로컬라이저 안테나’를 친 뒤 높이 3~4m 콘크리트 외벽과 충돌했다. 충돌 직후 외벽은 무너졌고 항공기는 ‘펑’ 하는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리어마운트는 “위성 이미지를 보면 이 콘크리트 벽은 수년간 이곳에 설치돼 있었다”며 “이런 구조물이 거기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로컬라이저 안테나에 대해서도 “로컬라이저 안테나는 원래 있어야 할 위치에 있지만 저렇게 단단한 구조물 안에 박혀 있어서는 안 된다. 끔찍하다. 믿을 수 없도록 끔찍하다”고 지적했다.
무안국제공항에서 활주로 중심선 안내 역할을 하는 로컬라이저 안테나는 흙더미 위 강화 콘크리트에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로컬라이저 안테나는 보통 바닥면에 설치되는 게 일반적이다.
리어마운트는 그러면서 “콘크리트 구조물 너머의 지형을 보면 평평하고 항공기가 속도를 줄여 멈출 만한 공간이 충분히 있다. 그렇게만 됐다면 모두 살아남았을 것”이라며 “활주로와 불과 200m 거리에 저런 콘크리트 벽이 있다는 건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