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전문가들 “본적 없는 구조물”

외신, 콘크리트 둔덕 의문 제기·집중 조명
“외벽 충돌시 부서지기 쉬운 철제로 해야”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전날 제주항공 여객기와의 충돌 여파로 파손돼 있다. 방위각 시설은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안테나로, 흙으로 된 둔덕 상부에 있는 콘크리트 기초와 안테나가 서 있는 구조다. [연합]


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7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해 외신들도 무안공항 활주로 주변에 있던 착륙유도 장치(로컬라이저)의 콘크리트 구조물에 의문을 제기하며 집중 조명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BBC 방송 등은 항공 전문가들이 무안공항 활주로 인근 콘크리트 구조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행기의 충돌 사고가 벌어질 경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서지기 쉬운 재료로 설계돼야 하는데, 사고 현장에 있던 구조물은 견고했다는 지적이다.

NYT는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공항이 활주로와 가까운 곳에 유사한 구조물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면서 “구조물이 있는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활주로를 가로지르는 비행기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분리되거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진다”고 짚었다.

실제 미 연방항공청(FAA)은 활주로 등 항행안전구역에 안테나 구조물을 설치하더라도 콘크리트 재질이 아닌 부서지기 쉬운 철제 등으로 구조물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항공 산업에 안전 지침을 제공하는 미국의 비정부기구인 세계비행안전재단(FSF)의 하산 샤히디 대표는 “활주로 이탈이 발생할 경우 활주로 근처의 장벽은 충돌에도 쉽게 부서져서 충격이 크지 않아야 한다”며 “무안공항 참사에서 본 것은 매우 두꺼워 보이는 콘크리트 벽과의 정면충돌이었다”고 진단했다.

전직 항공기 파일럿 더그 모스는 워싱턴포스트(WP)에 공항의 레이아웃(배치)이 참사의 중요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활주로를 완전히 평평하게 만드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기에 활주로에 약간의 경사지가 있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며, 개인적으로 특이한 공항 설계도 많이 봤다고 소개했지만 “이번 것은 최악(this one takes the cake)”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것을 예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스는 또 “너무 빨리 착륙했다”며 “그들은 체크리스트를 검토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않았다”고 추정했다.

영국 항공 전문가인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이 그곳에 있는 것은 범죄에 가까운 일”이라며 “활주로에서 200m 떨어진 곳에 그런 단단한 물체가 있다는 건 어디에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고기인 보잉 737-800기종을 조종한 경험이 있는 항공 전문가 크리스 킹스우드도 BBC에 “활주로에서 일정 범위 내의 장애물은 항공기와 충돌 시 부서지기 쉽게 설계돼야 한다. 이렇게 경직된 구조물은 이례적”이라며 “벽이 없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항공 분석가 샐리 게힌은 여객기가 일반적인 착륙 접근 방식과 반대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조종사가 장벽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BBC에 “조종사들이 착륙 시기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다는 걸 인지했는지 알아봐야 할 것 같다”며 “사고기의 기장이 관제실로부터 활주로 착륙 계획을 변경하라는 지시를 받았는지는 블랙박스를 통해서 규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앞으로 무안공항 활주로 안전 구역을 조사하는 것 외에도 로컬라이저의 구조물에 사용된 재료와 견고성 등 요인들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보잉 737 시리즈의 안전 역사를 연구한 서던캘리포니아대 공학 교수인 나즈메딘 메시카티는 NYT에 “조사관들이 로컬라이저가 보다 표준적인 금속 타워나 철탑 설치물이 아닌 단단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구조물에 장착됐다는 사실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 견고한 구조물은 항공기가 충돌할 때 재앙적인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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