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치적 판단’에 경쟁업체도 훼방
NYT “일본 대미 투자 계속…독특한 사례”
일본제철(왼쪽)과 US스틸 로고 [AP,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불허한 것에 대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주요 언론은 이번 결정이 미국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 거란 평가한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일었다. 다만 일본의 대미 투자 흐름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US스틸 인수가 지난 11월에 있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화됐다며 “(해당 인수가) 미국 보호주의 물결에 휩싸였다”고 평가했다. 해당 인수는 2023년 12월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미국 대선 후보들이 연이어 US스틸 인수 반대 입장을 내놓으며 부정 여론이 높아졌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손 편지를 쓰는 등 미국 정부를 설득하려 노력했다.
당초 일본 측은 대선이 끝나면 상황이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이 “일본제철의 기대가 배신당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본이 진행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하는 지역. 2018년 전체 FDI 중 10%대에 불과했던 미국 비중은 점차 증가해 2022년 40% 직전까지 치솟았다. [일본은행(BOJ)] |
일본이 이번 인수 불허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는 까닭은 최근 대미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일본이 진행한 외국인직접투자(FDI)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8년 전체 FDI 중 10%대에 불과했던 미국 비중은 점차 증가해 2022년 40% 직전까지 치솟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봤을 때도 미국의 비중은 유럽, 중국 등 다른 나라보다 높은 편이다.
닛케이는 “일본은 5년 연속 대미 직접투자의 선두 주자였다”며 “이런 일본의 인수합병을 ‘안보상의 우려’로 불허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본 기업은 미국 투자에 신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닛케이는 향후 미국 동맹국이 미국 투자에 대한 입장을 신중히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DC의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
바이든의 인수불허가 정치적 판단에 가까웠다는 점도 일본의 공분을 샀다. 이마무라 타카시 마루베니 경제연구소 소장은 “앞으로 미국 기업을 인수·합병할 때 미국 정치 상황 등 매수 시기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훈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때 US스틸 인수를 고려했던 경쟁업체의 훼방도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시간) 전했다. 로이터는 관계자를 인용해 경쟁 업체인 클리블랜드클리프스의 최고경영자(CEO)가 일본제철의 US스틸 합병을 여러 차례 방해했다고 보도했다. 로렌코 곤칼베스 CEO는 지난해부터 투자자들에게 “인수합병이 성사되지 않으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측근에게 바이든 정부가 곧 인수합병을 막을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이번 인수 불허가 “미국 제조업과 안보에 해를 끼칠 경제적 마조히즘 행위”라며 “미국의 평판을 해치는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라 평가했다.
일본 사회의 공분에도 불구하고 대미 투자 흐름은 계속된다는 예상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일본 관계자들은 합병 무산 시 동맹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것이락 경고했다”면서도 “다른 기업들이 미국에서 거래를 시도하는 현상을 막지는 못할 것”고 평가했다.
NYT는 대(對)중국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일본이 미국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며 “(일본은) 이제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새로운 대미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소카와 마사히코 메이세이대학 교수는 “일본제철과 같은 독특한 사례를 보고 미국 투자를 보류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인수 불허가) 중장기적으로 피해를 초래할 사례는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