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가 한국 경제 더 부정적 전망…2년 연속 1%대 저성장 위기

글로벌 IB 8곳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 1.7%
한은, 정부 전망치보다 더 낮아
내년에도 1%대 전망 다수, 장기 침체의 그림자
16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결과 주목


우리나라가 2년 연속 1%대 저성장을 기록할 수 있단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내수가 더 얼어 붙을 수 있단 우려다. 당장 1월 기준금리 결정에 이목이 쏠린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음식점 밀집구역인 젊음의 거리 골목 내 한 가게 [헤럴드DB]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정치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으면서 우리나라가 외환위기 때보다도 심각한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소비 심리가 위축하는 가운데 환율 불안으로 물가까지 오르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단 우려다.

당장 이번달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금리가 내려가면 환율 상황은 더 불안해질 수 있으나, 당장 경제 심리엔 긍정적 여파를 미칠 수 있다.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말 평균 1.8%에서 12월 말 1.7%로 0.1%포인트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28일 제시한 전망치(1.9%)는 물론 정부의 지난 2일 전망치(1.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IB 평균 전망치는 지난해 9월 말 2.1%에서 10월 말 2.0%로 떨어진 뒤 12월 말까지 석 달 연속 내림세를 탔다. 특히 지난 한 달 사이 JP모건은 전망치를 1.7%에서 1.3%까지 내렸다.

JP모건은 이번 보고서에서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한층 더 짙어진 내수 불황을 결정적 변수로 지목했다. 실제 계엄 사태 이후로 전국 신용카드 이용 금액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감소하는 등 민간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내년 성장률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다수 투자은행은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을 1%대로 예측했다. 2년 연속으로 저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다. 통계가 작성된 1953년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앞선 경제 위기 때도 저성장 기조 1년 뒤 반등한 바 있다.

외환위기 때에도 1998년 -4.9%에서 이듬해 11.6%로 반등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2009년 0.8%에서 이듬해 7.0%로 올랐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엔 2020년 -0.7%에서 이듬해 4.6%로 회복되기도 했다.

내년 전망치로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이 각 2.1%, HSBC가 1.9%, 노무라가 1.8%, 씨티가 1.6%, 바클리가 1.5%, UBS가 1.3%를 각각 제시했다.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가와 성장, 환율 등의 변수가 상충하는 가운데 눈길은 오는 16일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 쏠리고 있다.

BNP파리바는 최근 보고서에서 “정치 불안, 항공기 사고 등은 소비심리를 추가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한은이 1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전례 없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통화정책은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어느 방향으로 결정된 게 없다”며 “(금융통화위원회 직전까지) 데이터를 보면서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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