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옥석 가리기 결과”…지원 확대 방안 검토중
중기 47.2% “작년 자금사정 악화”…올해도 어려워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대출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금융당국이 새로운 산업군을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등 중소기업 기술신용대출 지원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챗GPT로 제작한 이미지]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대상 기술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제도가 있지만, 정작 기술신용대출(기술금융) 잔액은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에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실질적인 금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305조9000억원이었다. 1년 전 같은 기간(310조3000억원)보다 4조4000억원(1.4%)가량 감소했다. 11월 기준 지난 2020년(270조원) 이후 최저치다. 대출 건수도 74만 건에서 68만8000건으로 1년 새 5만2000건(7%) 줄었다. 마찬가지로 2020년(68만1994건) 이후 제일 적다.
기술금융이란 창업이나 R&D(연구·개발), 기술 사업화 등 기술 혁신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이다. 쉽게 말해 기술력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기술력이 있지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벤처·스타트업을 지원해 미래 성장 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난 2014년 1월에 도입됐다.
지난해 7월 당국이 도입한 ‘기술금융 개선방안’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진 여파다. 금융당국은 기술금융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중소기업에 대출이 집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품질심사평가’ 기준을 강화하고 ‘테크평가’ 제도도 개선했다.
중소기업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런 대출 지원까지 줄면서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술금융 기준이 엄격해진 뒤 대출을 못 받게 되는 기업들이 늘면서 불만도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중소기업이 밀집한 국내 산업단지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11월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98.1이었다. 2년 연속 감소하며 통계가 집계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24년 중소기업 금융이용 및 애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7.2%가 지난해 자금 사정이 악화했다고 답했다. 1년 전 조사(31.7%)보다 15.5%포인트 올랐다. ‘호전됐다’고 답한 기업은 6.6%에 그쳤다. 특히, 매출액 규모가 작을수록 ‘악화했다’는 기업 비중이 높았다.
올해 상황도 녹록지 않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영 환경이 악화한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지난달 중기중앙회가 진행한 긴급 현황조사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의 26.3%는 국내 정치 상황의 불확실성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32.2%는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1~2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당국에서는 기술금융 확대가 필요하지만, 현재 기준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당국 한 관계자는 “그동안 부적절하게 집행된 기술대출이 있었던 만큼,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실적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금융을 취급할 수 있는 기업들이 이미 많이 들어온 상태”라며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기술금융이 무궁무진하게 늘어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대신 당국은 기술금융 지원 대상을 늘려 규모를 키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현재 지원 대상은‘중소기업기본법’상중소기업 중아이디어와기술의개발·사업화등기술 연관성이높은기업이다. 제조업,지식서비스산업,문화콘텐츠산업중기술연관성이높은업종, 기술 기반환경·건설업,신재생에너지산업영위기업과 기술연관성이객관적으로입증된기업,연구개발비를지출 중인기업 등이 포함된다.
당국 관계자는 “새로운 산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 산업을)기술금융으로 포섭해 지원대상을 확대하는 부분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의 지원 대상 조항이나 별표 등을 개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