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 조선 길몽(꿈) 매매문서 첫 공개

박기상 꿈 매매문서(순천박씨 충정공파 운경정사 기탁자료).[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헤럴드경제(안동)=김병진 기자]조선시대 길몽을 매매하던 문서가 첫 공개됐다.

한국국학진흥원은 65만여 점에 이르는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조선시대에 길몽을 사고팔면서 작성했던 ‘꿈 매매문서’ 2점을 발굴했다고 8일 밝혔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1814년 2월 말 대구에 살고 있던 박기상은 청룡과 황룡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하늘로 올라가는 꿈을 꿨다.

박기상은 사흘 뒤인 3월 3일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떠나는 친척 아우 박용혁을 떠올렸고 그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주고 팔았다.

당시 작성됐던 매매문서에 따르면 두 사람은 1000냥에 꿈을 팔기로 합의하고 대금은 과거 급제 후 관직에 오르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또 문서에는 길몽을 꾼 ‘몽주(夢主) 박기상’과 그 꿈을 샀던 ‘매몽주(買夢主) 박용혁’의 날인이 있고 친척 두 명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1840년 2월 2일, 경북 봉화에 살고 있던 진주강씨 집안의 여자 하인 신씨는 청룡과 황룡 두 마리가 서로 엉켜있는 꿈을 꾼 뒤 집주인의 친척 동생인 강만에게 청색·홍색·백색 등 삼색실을 대가로 받으면서 꿈을 팔았다.

이때 작성된 매매문서에는 ‘몽주 반비(班婢) 신(辛)’과 증인으로 참석한 그녀의 남편 박충금의 날인이 있다.

고려사 ‘진의매몽’과 삼국유사 ‘문희매몽’은 꿈을 사고파는 ‘매몽(買夢) 설화’의 대표적 자료이다.

신씨 꿈 매매문서(진주강씨 법전문중 도은공파 기탁자료).[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진의매몽’은 보육의 둘째 딸 진의가 성년이 됐을 때 언니가 오관산 정수리에 올라 소변을 보니 천하에 가득 흘러내렸다는 꿈 이야기를 들려주자 “제가 비단 치마로 그 꿈을 사겠습니다”하고는 정화왕후가 됐다는 이야기다.

삼국유사 ‘문희매몽’은 김유신의 누이 보희가 서악(西岳)에 올라 소변을 보니 장안에 가득 찼다는 꿈을 꿨고, 동생 문희가 비단 치마 한 벌을 주고 길몽을 사서 김춘추(태종무열왕)의 왕비가 됐다는 줄거리다.

꿈을 둘러싼 해몽의 역사는 우리 민족의 오래된 전통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태아의 성별과 운명을 예측하는 태몽, 횡재를 불러온다는 돼지꿈과 대소변에 관련된 꿈 등이 있다.

그 중 용꿈은 사회적 지위 상승을 암시하는 길몽으로 유명하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길몽을 사고파는 일은 오늘날에도 행해질 정도로 우리에게는 친숙한 습속”이라며 “꿈의 매매는 일반적으로 구두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번에 발견된 꿈 매매문서는 매우 희귀한 자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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