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양자컴퓨터 나오려면 20년 걸릴 것”
아이온큐·리게티 등 양자컴퓨터 관련주 40% 안팎 폭락
[UPI]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간밤 뉴욕증시는 많은 재료가 쏟아지며 상승에 실패, 혼조 마감했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의 시장을 뒤흔드는 관세 정책 발언은 투심을 위축시키기 충분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에서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과 민간 고용,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 건수, 매파적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의 비둘기파적 발언 등이 연이어 발표됐다. 이에 주가지수는 등락을 거듭하며 보합권에서 마쳤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6.84포인트(0.25%) 오른 4만2635.20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9.22포인트(0.16%) 상승한 5918.25에, 나스닥 종합지수는 10.80포인트(0.06%) 내린 1만9478.88에 장을 마쳤다.
시장을 좌우할 재료는 많았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던 셈이다.
특히 이날 개장 전에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국가 경제 비상사태 선포 검토’ 소식은 시장에 불안 요소로 작용했다.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보편 관세 부과를 정당화하고자 1977년 제정된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경제 비상 상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해당 법률은 미국의 안보나 경제 등에 위협이 되는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외국과의 무역 등 경제 활동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이 같은 소식에 국채금리가 다시 튀어 오르자 주가지수 선물은 약세를 보였다. 무위험 고정금리가 높을수록 기술주의 매력도는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민간 고용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며 약화했다는 소식에 국채금리는 이내 상승분을 반납하면서 주가지수 선물도 보합권으로 돌아왔다. ADP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2월 민간 고용은 12만2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달 증가 폭 14만6000명과 시장 예상치 14만명을 모두 밑돈 수치다.
이날 시장은 연준의 ‘입’에도 주목했다. 연준 내 대표적 매파(통화 긴축 선호)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물가에 진전이 있으면 추가 금리 인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주가를 지탱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월러는 이날 공개 발언에서 “1년 전 인플레이션이 잠시 증가했을 때 봤던 것처럼 진전은 고르지 않지만, 최근 상승세를 평준화하면 디스인플레이션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12월 FOMC 의사록은 금리인하를 향해 다른 목소리를 냈다. 대부분의 위원은 이미 통화정책이 상당히 완화했다며 점진적 금리인하가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리인하 속도가 느려진 배경이다.
제프리 로치 LPL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전망가들은 금리, 성장, 물가 상승 경로를 모델링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10일 비농업 부문 고용이 충격을 준다면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기술기업들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거대 기술기업 7곳을 가리키는 매그니피센트7 종목들은 모두 보합권에서 장을 마쳤다. AMD는 HSBC가 투자 전망을 하향 조정한 여파로 4% 넘게 하락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는 올해 초 증시의 주된 위험 요소와 관련해 “시장 이익의 대부분이 소수의 대형 기술기업 성과에 달려 있다는 점”이라며 “빅테크의 S&P500 지수 내 비중이 현재 29.3%에 달하고 이들의 주가 상승률은 작년 S&P500 상승분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기조연설에서 블랙웰 GPU 기반의 ‘GB200 NVL72’ 플랫폼을 공개하고 있다. [AFP] |
이날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 주가에 곧장 영향을 줬다. 이번엔 ‘양자컴퓨터’ 관련주가 속수무책으로 폭락했다. 젠슨 황 CEO가 “실제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나오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한 여파다.
이에 아이온큐와 리게티 등 양자컴퓨터 관련주는 주가가 40% 안팎으로 폭락했다. 아이온큐는 전장 대비 주가가 39% 하락했으며 리게티 컴퓨팅은 45% 고꾸라졌다.
반면 8일 코스피는 상승 마감했다. 지속되는 정치 불안, 경기 부진 우려,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 등 누적된 악재에도 4거래일 연속 오르며 2520대에서 강세 마감한 것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28.95포인트(1.16%) 오른 2521.05로 장을 마쳤다.
특히 젠슨 황의 마이크론 선택으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뀐 SK하이닉스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다 0.15% 소폭 하락한 19만4700원으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