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주력사업이라도 사업모델 재정의·사업조정 해달라 당부
엄숙한 분위기 속 진행…CES 참석 ‘롯데 3세’ 신유열 부사장도 자리해
롯데는 9일 롯데월드타워에서 ‘2025 상반기 VCM’을 개최했다. 본 회의에 앞서 계열사의 AI 우수 혁신 사례를 소개하는 ‘AI 과제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신동빈(왼쪽) 롯데 회장이 롯데케미칼의 ‘AI 기반 컬러 예측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롯데 제공]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신동빈 롯데 회장이 9일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에서 “지금 쇄신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고강도 쇄신을 주문했다. 시종일관 엄중한 분위기 속 진행된 VCM에서 신 회장은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올해 첫 VCM에서 비상경영전략을 논의했다.
롯데 VCM은 매년 상·하반기에 열린다. 신 회장을 비롯해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사업군별 대표, 계열사 사장 등 80여명이 모두 참석한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참석 차 미국 출장을 떠났던 신유열 부사장도 귀국 직후 회의에 참석했다.
지난해 말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이 조명된 이후 첫 열리는 VCM 회의인 만큼 유통·화학·제과 등 핵심 사업군별 재무 건전성 강화 방안 등이 주로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표들은 모두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에 입장했다.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와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는 ‘어떤 내용이 논의되는지 알려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중에 말하겠다”고만 답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와 타마츠카 겐이치 일본롯데 대표, 박익진 롯데이커머스사업부(롯데온) 대표,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 등도 회의 예정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가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리는 ‘2025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
신 회장은 VCM에서 “지난해는 그룹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한 해”라며 “빨리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유형자산 매각, 자산 재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신 회장은 “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외부 환경이 아닌 우리 핵심사업의 경쟁력 저하”라며 CEO들에게 과거 주력 사업이라도 새로운 시각에서 사업모델을 재정의하고 사업조정을 시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CEO들이 지켜야 할 올해의 경영 방침으로 ▷도전적인 목표 수립 ▷사업구조 혁신 ▷글로벌 전략 수립 등을 제시했다. 신 회장은 신년사에서도 ‘강력한 쇄신’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신 회장은 “과거의 연장선에서 매너리즘에 빠져 목표를 수립하는 기존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도전적인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경제, 인구 전망을 고려했을 때 향후 그룹의 성장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신규 글로벌 사업 모색을 당부했다. 이를 위해 해외 시장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차별화된 사업 전략을 수립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도 말했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개막 첫날인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노스홀 롯데이노베이트 전시관을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이 방문하고 있다. 2025.1.8 [공동취재] |
롯데 측에 따르면 신 회장은 VCM에 앞서 ‘인공지능(AI) 과제 쇼케이스’에 참석하기로 한 만큼 회의 참석자들에게 회의 시간보다 일찍 회의장에 도착할 것을 주문했다. AI 과제 쇼케이스는 그룹 내 AI 혁신 사례를 소개하는 자리다. 신 부사장은 쇼케이스 시작 시각보다 약 2시간 일찍 행사장을 찾았다.
신 회장은 각 계열사 대표와 함께 롯데케미칼의 AI 기반 컬러 예측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AI를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플라스틱 색 조합을 빨리 찾아내는 기술로, 롯데케미칼은 AI 시스템 도입으로 개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