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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윤호 기자] 헌법재판소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 사건에서 국회의 소추 사유가 지나치게 모호하다며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막연하게 추측이나 짐작으로 ‘탄핵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면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회측은 지난 18일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 기일에 아무도 참석하지 않는데다, 이날 이같은 경고를 듣자 헌재측에 직접 증거를 확보해달라고 요청해 성급하게 탄핵을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8일 이창수 중앙지검 검사장과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2부장의 탄핵 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이 지검장 등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를 특혜 조사하고 불기소 처분했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달 5일 국회에서 탄핵당했다.
이 자리에서 김형두 재판관은 “어떤 행위자가 어떤 일시에 어떤 행위를 했는지, 예를 들어 조사 특혜 제공이라고 하면 특혜를 뭘 제공했는지에 관한 내용이 분명해져야 판단이 된다”며 “특정하지 않고 막연하게 추측이나 짐작으로 탄핵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면 대상이 분명하지 않은데 그걸 저희가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김복형 재판관도 “소추 사유가 특정돼 있는지에 따라 각하 사유가 되는지 아닌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국회 측에서 소추했으니 가급적 빨리 특정해달라”고 말했다.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가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모호할 경우 청구 자체가 부적법한 것으로 간주해 본안 판단 없이 소송을 종결할 수 있다는 취지다.
국회 측 대리인은 “검찰 내부에서 상호 간 내밀하게 이뤄진 업무 처리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행위나 일시, 장소를 특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대법원·서울고검 등에 있는 도이치모터스 사건 관련 수사 기록을 헌재가 확보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사 측 대리인은 “단순히 추상적인 의심을 갖고 소추해놓고 여러 가지 자료를 입수해서 구체적인 사실을 특정해 주장하겠다는 것”이라며 “엄정한 탄핵 사건이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 옳은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관련 사건을 들여다봐야 (사유를)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소추 사유가 정당하거나 합리적이지 않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헌재는 지난달 18일 1차 준비 기일이 국회 측 불출석으로 종료된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검사 3명의 대리인은 모두 출석했다. 국회는 이 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을 소추하고도 2주 동안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아 절차가 공전했다. 국회 측 대리인은 “혼란한 상황에서 국회 내부에서 제대로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쪽은 탄핵 심판의 ‘중대성’ 요건과 관련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국회 측은 앞선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정립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어야 파면할 수 있다’는 기준에 관해 “헌재가 무분별하게 중대성 기준을 너무 엄격히 적용함으로써 탄핵 심판의 제도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최 검사 측 대리인은 “대통령도 아닌데 어느 정도 위법성이 있으면 (탄핵을) 해도 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국회 측은 “대한민국 사회가 이렇게까지 된 건 최고권력자 비호 아래 (검사들의) 불공정한 업무 집행도 일정 원인”이라며 탄핵 심판대에 오른 검사들을 비판했다. 검사 측은 “힘들게 수사 결과를 냈고, 조사도 했다”며 “국회 측이 최고권력자를 말하며 피청구인(검사)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반발했다.
헌재는 이달 22일 추가 변론준비기일을 열고 재판을 이어갈 방침이다. 같은날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사건은 3차 변론준비기일이 열리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재판관 3명 중 2명을 임명한 것과 관련해 국회가 낸 권한쟁의 사건 첫 변론도 22일로 잡혔다. 같은 날 3건 재판의 변론 절차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은 헌재 출범 이래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