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 볼룸에서는 훈훈한 만남의 장이 펼쳐졌다.400여명의 방송연기자들을 초대해 따뜻한 밥 한 끼를 하는 자리였다.
김현욱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최근 3년 임기를 마친 (사)한국방송연기자협회 제25대 최수종 이사장의 이임식과 제26대 정준호 이사장의 취임식이 열리는 자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송 연기자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고 위로받는 시간을 최수종 이사장이 중심이 되어 마련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날 행사 제목도 ‘만남 day-따뜻한 감사’라고 지었다.
최수종 이사장은 이임사를 통해 “지난 3년 동안 협회 일을 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저에게는 값진 경험이었는데요”라면서 “늘 제 마음에는 협회원들을 만나서 따뜻한 밥 한 끼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입버릇처럼 ‘밥먹자 밥먹자’ 말만 한 것 같아 꼭 자리를 한번 만들어야지 하는 바람이 오늘에서야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날 돌이켜보니 우리가 이렇게 연기할 수 있고 협회가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다 선배님들의 노력과 헌신의 결과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습니다. 선배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 만남이 우리 협회가 더 단단히 결속력을 다지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더해졌습니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은 TV 드라마와 영화, CF 등을 통해 대중과 만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들이 서로 자주 만나는 줄 알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작품을 촬영하는 현장에서 바쁜 시간을 보내지만, 작품을 하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을 언젠가 올 다음 작품을 준비하며 고독과 상상과 성찰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최수종 이사장은 “연기자의 길이 외롭고 힘들지라도 함께 하는 동료, 후배, 선배님들이 계시기에 또 힘을 얻지 않나 싶습니다”면서 “우리의 연기가 때로는 톡 쏘는 진한 향기로 때로는 넘치지 않는 은은한 향기로 대중에게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정성껏 준비했습니다”고 진심을 보였다.
이날 참가한 연기자들은 긴 시간동안 대화를 나누며 위로를 주고받는 듯했다. 인기가 많건 적건, 돈을 많이 벌었건 그렇지 않건 상관 없이 배우라는 직업의 가치와 자긍심을 높여준 시간이었다.
이날 행사는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역대 회장에 대한 황금별 수여식부터 시작했다. 노주현(13대), 이덕화(14대), 송경철(14대 직무대행), 서인석(15대), 김성환(19, 20대), 유동근(23대), 정보석(24대) 등 전 회장들이 무대에 올랐다. 후배 연기자들이 “선배님과 함께 해서 행복합니다”라고 전했다.
최수종 이사장은 CF 등 출연료를 비롯한 많은 기부금을 내 연기자들의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한 ‘숨은 공로자’ 고두심을 무대에 올려 감사의 뜻을 전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협회는 수익 사업 없이 회비로 운영되기에 협회 살림살이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고두심의 기부금은 큰 도움이 됐다.
또한, 원로배우 한 분이 이날 행사에 보태라며 내민 따뜻한 금일봉 봉투가 눈물겹게 고마웠다고 전하기도 했다.
행사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연기자협회 최범호 사무총장이 지난 3년간 최수종 이사장과 함께 하며 감사한 마음을 담아 보내는 편지 ‘꽃보다 아름다운 당신’을 낭독하자 결국 배우 최수종은 눈물을 보였다.
최수종 이사장은 이임사에서 “온(ON) 세상 밝혀주는 한류의 중심”이라는 협회의 정체성이자 방향을 알려주는 슬로건을 전했다. 이어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았습니다. 3년간 이사장으로 일할 수 있게 마음과 뜻을 다해주신 여러 선배님, 후배, 동료 여러분 그동안 참 고마웠습니다”라고 마무리했다. 최수종 전 이사장은 새로운 정준호 이사장에게 협회기 전달식을 가진 후 정준호 이사장의 취임사가 있었다.
신임 정준호 이사장은 “일 년에 한번은 ‘만남데이’를 갖는 것이 참 의미 있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면서 “전임 이사장님들의 노고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협회를 꾸려나가야겠다는 마음이 더 강해졌습니다”라고 취임사를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후배 연기자들(정서임, 보라나, 봉은선, 류성, 김광태)이 랩을 곁들어 ‘행복을 주는 사람’을 불렀고 마지막에는 가수 정훈희가 ‘꽃밭에서’ 등을 불러 분위기를 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