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노원·도봉구 전세 2억원대로 추락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올 들어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한달 사이 1억 이상 고꾸라지며 9억원대로 떨어졌다. 평균 전세가도 6억원선이 붕괴됐다. 매매가가 10억원 이하로 내려간 건 2023년 3월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대출 규제로 매수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탄핵 정국이 더해지면서 새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 금액은 9억9518만원으로 집계됐다. 한달 전(11억3177만원)보다 1억3659만원이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022년 고금리 여파로 하락했다가 2023년 4월 1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상승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6월엔 처음으로 12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9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 12억5500과 비교해선 4개월 만에 2억6032만원이 내린 것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 및 전세 평균 거래 금액 |
평균 매매 가격이 하락한 배경에는 실제 거래량이 급감한 가운데 저가 위주의 급매가 체결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내 매매된 아파트 중 신저가로 체결된 비율은(7일 기준) 2.85%(55건)로 전달 대비(0.97%) 약 3배 수준으로, 1년 중으로 봤을 땐 가장 그 비중이 높았다.
현재 서울은 거래 절벽 탓 매물이 상당수 적체돼 있는 상황이다. 13일 기준 아실에 따르면 새 집주인을 기다리는 아파트 물량은 매매 8만7298건으로 1년 전(7만5815건)과 대비했을 때 1만1483건이 늘어났다. 13일 기준 체결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75건으로 전년 동월(2686건) 대비 6.5%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부동산 거래신고는 계약 후 1달 내 이뤄져야 해 미반영된 계약들을 더할 경우 반등할 여지는 존재한다.
사진은 25일 서울 시내 아파트 신축 현장 모습. [연합] |
특히 서울 대표 중저가 밀집지역 ‘노도강(노원·도봉·강북)’에서는 이자부담에 최고가 대비 2~3억원 가까이 하락한 거래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이들이 대출로 집을 많이 거래하는 지역 특성상 금리 및 시장 변화를 견디지 못해 물건을 내놓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3억8700만원(4층)에 거래된 노원구 초안2단지 전용 59㎡는 2021년 8월 나간 최고가(5억5500만원) 대비 30% 하락한 가격으로 팔렸다.
강남권에서도 매도인의 호가는 여전히 높지만 실제 값을 내린 매물만 계약서를 쓰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4㎡는 지난해 말 40억원에 팔리면서, 한달 전인 11월 초 42억2000만원보다 2억원이 내려갔다.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5㎡는 지난해 9월 33억9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같은 평형이 31억2000만원에 하락 거래됐다.
전세 가격 또한 급락 조짐이 보인다. 같은 날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거래금액은 5억3704만원으로 전달 6억507만원 대비 무려 6803만원(11.2%) 하락했다. 1년 5개월 전인 2023년 8월(5억3735만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서초구의 경우 전세 거래가격이 지난달 10억6900만원에서 이날 기준 8억5634만원으로 2억 가까이 급락했다. 반포동 반포리체 전용 59㎡는 12억원 전후 하던 전세가가 이달 9억6600원에 계약서를 썼다.
노원구, 도봉구의 경우 이날 기준 평균 전세 거래가가 각각 2억8186만원, 2억7253만원으로 3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전문가는 계절적 비수기와 정국 불안, 이른 설 연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에 당분간 이 같은 거래 절벽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16일 예정된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을 보고 대출 계획을 잡으려는 이들도 있을 것”이라며 “설에 가족들과 모여 매매 계획을 의논하는 분들도 많아 1월에는 거래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