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건…1년 새 20배 늘어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 임의공급 8차까지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 공사현장[출처 구글맵 갈무리]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지난해 말 미분양을 털어내지 못해 임의공급을 진행한 아파트 단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월과 12월 두 달간 임의공급이 진행된 단지 수는 전년 대비 9배가 넘는다. 2021년 부동산 호황기때 지어졌던 아파트들이 지난해 대규모 분양된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천정부지 치솟는 분양가로 ‘미분양 포비아’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1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년 간 청약홈을 통해 임의공급을 진행한 사례는 총 153건으로 집계됐다. 12월 한 달에만 17건이 진행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2건)와 비교하면 8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11월에는 총 29개의 단지가 임의공급을 진행해 청약홈 임의공급 서비스 이래(2023년 10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3년 11월에는 임의공급 모집 건수가 3건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1년 사이 분양자를 찾지 못하는 아파트 단지가 급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의공급은 이른바 ‘줍줍’이라 불리는 무순위 청약 중에서도 청약 신청자가 공급 물량보다 적어 미분양이 발생했을 때 시행하는 유형이다.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때에는 임의공급되는 주택은 거의 없고, ‘무순위 사후접수’ 및 ‘계약취소주택 재공급’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대부분 청약 신청자가 공급 물량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두 자릿수 이상의 ‘무더기 임의공급’ 사례까지 나오는 등 상황이 반전됐다. 올해 들어서도 약 10일만에 8개의 아파트 단지가 임의공급 모집 공고를 시행했다.
문제는 지방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두 자릿수 세대를 임의공급하는 미분양 아파트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강동구에 위치한 천호역 마에스트로는 지난 11월 29세대를 임의공급했지만 이조차 접수가 완료되지 않아 12월에 23세대를 또 2차 공급했다. 구로구에 있는 개봉 루브루 역시 지난 8월 30세대의 임의공급을 진행했지만 계속 미달이 발생해 3차까지 거듭됐다. 종로구 숭인동 1420번지 일대에 위치한 ‘에비뉴 청계 Ⅱ’는 이달 6일 6차 임의공급 청약을 진행했다.
빈 집 수가 세 자릿수나 되는 아파트 단지도 있다.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가 대표적이다. 서대문구 홍은동에 12개동, 827가구 단지를 짓는 이 아파트는 121세대의 미분양분을 털어내기 위해 총 ‘8차 임의공급’까지 진행됐다.
[연합] |
과거 ‘선당후곰(일단 당선된 후 고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뜨거웠던 청약 열기가 한풀 꺾이게 된 이유로는 높은 분양가가 꼽힌다. 서울 시내 상급지 아파트들만 가격을 회복하고, 그 외는 떨어진 가격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분양가는 지역 구분 없이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2023년에 집값은 확실하게 떨어졌었는데 반등은 상급지만 했다”며 “작년에는 반등이 안된 지역에서 분양가가 비싸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분양된 곳들은 서울 외각 지역에 위치해 있거나 교통 여건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가격 상승 요인은 없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는 분양가가 전용면적 기준 84㎡가 10억1040만원~11억2100만원에 책정됐는데, 홍제역과 거리가 있고 서울 외각 언덕 위에 위치해 있어 입지 대비 분양가가 높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11월 말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는 1428만원으로, 전월(1420만3000원) 대비 0.54%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3.3㎡로 환산하면 평당 4720만7000원이다.
박 대표는 “분양 미달나는 곳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공사비 등의 영향으로 분양가가 2023년 올랐고, 2024년에는 더 올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