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피더스, 브로드컴에 반도체 시제품 공급 계약
TSMC 규슈 구마모토현 공장 설립 본격화
“정부 보조금 대부분···민간 투자 부족에 우려”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사업장 모습. [유튜브 ‘TEL’]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일본이 미국 브로드컴과 손을 잡으며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한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정부 주도 투자의 한계도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반도체 연합 기업인 ‘라피더스’는 미국 브로드컴에 올해 6월까지 2nm 반도체 시제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고이케 아쓰요시 라피더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기존 계획대로 25년 4월에 2nm 시험 생산, 27년에 양산을 진행할 예정이며 현재 라인 건설은 88% 정도 진척됐다”고 밝혔다.
라피더스는 지난해 12월 일본 내 최초로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를 반입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ASML은 올해 하반기에 라피더스 공장이 위치할 홋카이도에 기술 지원 거점을 설립하고, 직원 약 50명이 근무할 예정이다.
문승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과의 공급 계약을 감안하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초미세공정 기술에서 상당한 진전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정부 투자’ 위주인 점에는 우려를 표했다. 문 연구원은 “민간 부문에서의 대출 및 투자 확보와 대형 고객사 확보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며 “라피더스는 지금까지 총 61억달러(약 8조원)의 정부 보조금을 유치했고 추가 투자금 목표치는 약 318억달러(약 45조원)으로 알려졌지만, 정부 외 민간 부문의 추가 투자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피더스는 선단 파운드리 합작법인으로 일본 정부 및 토요타·소니·키옥시아 등의 주도로 설립됐다. 대만 TSMC의 규슈 구마모토현 공장 유치도 일본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일본 정부는 TSMC의 구마모토 1공장에 총 건설 비용의 절반 수준인 4760억엔(약 4조2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했고, 최근 구마모토 2공장(27년 가동 예정) 건설에도 7320억엔(약 6조5000억원)의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규슈 지역 언론에 따르면, TSMC의 일본 공장 신설로 약 80개의 반도체 기업들이 구마모토현에 신규 거점을 마련할 예정이다.
부족한 민간 투자지만, 일본 반도체 시장은 정부 주도 하에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문 연구원은 “일본은 TSMC 공장을 유치함으로써 레거시 반도체는 물론이고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조 기술과 노하우를 대만 엔지니어들과 공유하며 자국의 기술 수준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인 도쿄일렉트론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문 연구원은 “TSMC와 라피더스가 일본 반도체 산업 성장을 이끌어 준다면, 아시아 유일의 반도체 종합 장비 기업인 도쿄일렉트론이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일본 반도체 산업의 흐름을 지켜보며 AI 발전을 통해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도쿄일렉트론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