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기준금리 결정 관건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가 한풀 꺾이면서 글로벌 시장이 안도의 안숨을 돌렸다. 한국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안정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앞날에 대한 셈법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16일 오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3.00%로 동결했다. 얼어붙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낮출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환율부터 잡아야 한다는 시급함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금통위 결정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와 격차는 1.5%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해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한 뒤 세차례 연속 금리를 낮췄다. 이에 따라 한·미 간 금리 역전 폭은 계속해서 벌어져왔으며 한·미 국채 스프레드 역전 폭은 만기에 따라 200bp(1bp=0.01%포인트)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이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로 직결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한때 1480원을 넘는 등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 등 여러 요인때문이겠지만 CDS프리미엄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환율 상승은 확대된 한·미 금리 역전폭이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연준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미 금리 역전폭이 달려 있고 환율도 이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금리를 계속 인하한다면 원/달러 환율이 낮아지긴 쉽지 않다.
한국 금통위는 미국 기준금리가 중요한 고려 대상이지만 미국 연준은 자국 물가와 경기가 거의 유일한 최우선 고려사항이다. 연준의 선택을 가늠하려면 미국 물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날 발표된 미국 근원(core)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달보다 0.2%, 전년 동기 대비 3.2% 올라 시장 전망치(0.3%, 3.3%)를 밑돌았다.
견조한 고용시장 지표 발표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로 잔뜩 긴장했던 시장엔 반가운 소식이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4베이시스포인트(bp)나 하락하며 4.65%를 기록했다. 정책금리 전망에 민감한 2년물 역시 10bp 가량 내린 4.26%로 낮아졌다.
연준이 연내 추가 금리인하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됐던 상황에서 이날 발표된 물가 지수는 연준에게 통화정책 선택권을 넓혀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시장은 신중하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기준금리 연내 1회 인사 확률은 31.2%로 여전히 가장 높다.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는 확률 역시 97.3%로 큰 변화가 없다. 연준의 태도 변화를 이끌려면 인플레이션 안정과 관련한 좀더 확실하고 지속적인 증거가 필요하다고 시장은 생각하는 것이다.
가장 큰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 취임 이후 본격 시행할 관세와 반이민 정책이다. 모두 인플레이션을 강하게 자극할 수 있는 정책들이다. 이들 정책이 어떤 식으로든 현실화될때까지 불확실성에 따른 인플레이션 경계감은 강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는 인플레이션이 0.1%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민주당 지지자는 4%로 치솟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극명한 대립은 경제주체의 기대와 심리에 많이 좌우되는 인플레이션이 경제 못지 않게 정치의 영역이란 것을 보여준다. 전망이 쉽지 않다.
미국 외 주요국 경제가 부진한 것도 변수다. 이날 달러인덱스는 0.19% 내리는데 그쳤다. 금리 하락세를 감안하면 낙폭이 상당히 제한된 것이다.
특히 한때 109포인트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독일 경기 우려에 따른 유로화 부진에 곧바로 낙폭을 줄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유럽의 부진한 경기는 강달러 지지요인이다. 일본 엔화가 전날 물가 개선세가 이어지면 추가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일본은행 총재 발언으로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긴 했지만 이 역시 신중하게 지켜볼 대목이다.
결국 이번 한은 금통위 결정은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은 막을 필요한 조치이긴 했지만 하향안정화를 위한 충분한 조치는 아니다. 때문에 섣불리 환율 방향성을 예측하고 환율 자체에 투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또 강달러는 국내 증시로 들어오는 외국인 발길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일부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환율 고공행진에 따른 차익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수출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익 개선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실제 퀀트와이즈에 따르면 2024년 4분기와 2025년 연간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근 한 달 사이 6.7%, 22% 하락하는 등 환율 효과에 대한 기대는 찾아볼 수 없다.
신희철 iM증권 연구원은 “과거 달러 강세 시기 환율효과로 수출 기업의 이익 개선이 나타나는 등 수출중심의 한국 증시엔 긍정적 부분도 있어 보였다”면서도 “달러 강세 시기 실제로는 수출량이 감소해 이익개선 효과를 상쇄키셨으며, 최근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수출량과 이익 감소 효과가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