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이 기회” 동박 3社, 증설·가동률 제고 추진

롯데에너지머티·솔루스첨단, 캐파 확대
SK넥실리스, 가동률 두배 개선
재무건전성 강화·하이엔드화 추진



2차전지 핵심소재인 동박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수요 부진에 시달리는 가운데 이를 생산하는 국내 대표 업체들은 투자 속도를 조절하되 올해 공장 증설 및 가동률 확대는 이어갈 전망이다.

16일 각사에 따르면 국내 동박 3사(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SK넥실리스·솔루스첨단소재)는 올해 동박 캐파(CAPA·생산능력) 확대 혹은 가동률 제고에 나선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동박 생산능력은 말레이시아 5공장 가동에 따라 총 7만톤에 달했다. 올해 말레이시아 6공장 양산을 개시하면 총 8만톤으로 늘어난다. 말레이시아 공장만 놓고 보면 연간 캐파 6만톤 수준으로,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단일 사이트 캐파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가동률은 71.5%인데, 신공장 양산 시 가동률 일부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투자 속도는 이미 상당 부분 조절된 상황이다. 앞서 이 회사는 스페인 공장의 완공 시점을 2025년에서 2027년 6월로 늦췄고, 투자 금액도 180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줄였다. 말레이시아 7·8공장은 올해 말까지 건설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2028년 말까지로 미뤘다.

솔루스첨단소재도 올해 동박 생산능력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유럽 유일 전지박 생산기지로써 납기 경쟁력을 강화한 데 이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도 늘리기 위해서다. 앞서 이 회사의 배터리용 동박 캐파는 지난해 10월 이전에는 1만5000톤이었는데, 헝가리 2공장(연간 2만3000톤) 생산 돌입에 따라 유럽에서만 연간 3만8000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반도체용 동박 캐파는 현재 1만5000톤인데, 인공지능(AI) 가속기향 동박 물량이 늘어 연내 캐파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AI 반도체 물량이 많이 늘어, 올해 캐파 증설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SKC의 동박 자회사 SK넥실리스는 올해 가동률의 획기적인 제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 회사는 말레이시아 공장(연간 5만8000톤), 국내 정읍공장(5만2000톤)에서 동박을 생산 중인데, 가동률은 지난 2022년 연간 88.1%에서 작년 3분기 기준 가동률은 32.5%로 급감했다. 지난해 연간 생산량은 3만여톤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내부에선 올해 가동률을 2배 가까이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배터리사 외에도 중국 등에서 고객사를 추가 확보하며, 본격적인 고객사 다변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완공을 앞둔 폴란드 동박 공장의 양산 개시 시점은 미정이다. 작년 3분기 기준 폴란드 공장 증설 건축공사 진척율은 99.7%, 총공사 진척율은 75.6%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전기차 수요 회복 상황을 지켜보며 가동 계획을 세우려고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양산 개시 시점은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동박업계는 재무건전성 확보와 하이엔드화를 서두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캐즘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결국 전기차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불확실성은 있지만 하이엔드 제품 위주로 돌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인공지능(AI) 가속기용 동박 분야에서 스페셜티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두산 전자BG에 초저조도 동박(HVLP4) 4세대 동박을 공급하고 있다. AI 가속기용 동박은 전기차용 동박보다 수익성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차세대 배터리 소재 연구개발을 이어가는 등 기술 개발을 통한 내실 강화도 지속 중이다.

SK넥실리스는 SKC의 사업재편 전략에 따라 주력 사업 집중을 위해, 디스플레이용 연성동박적측필름(FCCL) 소재를 공급하는 박막사업을 95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양도 대금은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에 활용할 계획이다. 고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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